미국의 '사회보장과 메디케어(SSM)' 트러스티는 6일(현지 시각)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메디케어 재원 고갈 시점이 지난해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시점보다 5년 늦춰진 2036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회보장연금 재원 고갈 시점도 지난해 보고서와 같이 2033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양대 사회안전망”이라며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재원 고갈 시점이 늦춰지거나 더는 빨라지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재원 부족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마틴 오말리 연방사회보장청(SSA) 커미셔너는 이날 AP통신에 “이번 보고서에 몇 가지 좋은 뉴스가 담겼지만, 미 의회가 즉각 개선 조처를 마련하지 않으면 사회보장 혜택을 현재보다 17%가량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국민연금 재원 고갈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장기간 남아있듯이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AP는 “미국 의원들이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문제를 끝없이 차세대에 떠넘겨 왔다”고 지적했다. AP는 “사회보장연금과 관련해서는 약 40년 전에 연금 수령 시작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올린 이래 어떤 변화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메디케어 수혜 연령은 현재 65세로 그동안 바뀐 적이 없다.
미국에서 사회보장연금은 조기 수령이 가능하다. 미국 시니어 4명 중 1명은 62세부터 소셜 연금을 신청해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방사회보장국에 따르면 남성은 22.9%, 여성은 24.5%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이른 나이인 62세에 연금 수령을 시작했다. 사회보장연금은 62세부터 70세 사이에 신청할 수 있다. 62세에 신청하는 것을 조기 신청, 66~67세 신청을 만기 신청, 70세에 신청하는 것을 지연 신청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은퇴 후 받게 되는 사회보장연금이 은퇴 전 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현재 사회보장연금은 월평균 1782달러, 연간 총 2만1384달러로 주 단위로 계산하면 45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미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미국인의 은퇴 전 연평균 소득은 4만7620달러였다. 이는 곧 사회보장연금이 평균 임금의 44.9%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미국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관리 당국은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회보장연금이 향후 10년 이내에 고갈될 수 있고, 오는 2033년부터는 연금 혜택이 현재의 77%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었다. 미 의회예산국(CBO)도 지난해 2월 사회보장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애초 예상보다 1년 앞당겨진 2032년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CBO는 사회보장연금 기금 감소로 현행 운용 방식 등에 변화가 없으면 앞으로 수혜자들의 혜택이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어 재원 확충을 위해 부자 증세를 추진하고 있으나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간 소득이 40만 달러가 넘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증세를 통해 메디케어 재원을 확충하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바로 이번 주 메디케어와 사회보장 축소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면서 “장담하건대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히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CNBC에 출연해 "우선 (사회보장과 관련해) 수급권, 축소, 관리 부실, 부정행위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수급권이 엄청나게 잘못 관리됐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사회보장을 삭감하지 않을 것이고 메디케어를 삭감하지 않겠다"며 "슈퍼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 이를 축소하는 대신에 부자들이 정당한 몫을 내도록 사회보장제도를 보호하고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