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에 성공 후 첫 해외 순방길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중국에 국빈 방문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돈독해진 양국의 관계를 그대로 과시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신임 러시아 국방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안보리 차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보좌관 등 개편된 내각의 핵심 구성원들과 함께 중국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편된 내각에서 중국과 직접 관련된 핵심 인원 대부분은 기존 역할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승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의 긴밀한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해외 자산 동결과 원유를 비롯한 러시아산 제품의 수입 금지, 전략 물품에 대한 대러시아 수출 금지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해왔다. 러시아에서 활동하던 서방 기업들의 상당수가 러시아에서 이탈하면서 러시아 경제는 안팎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중국이 러시아를 두둔하고 나서면서 서방의 각종 제재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외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중국이 대거 헐값에 사들인 데 이어, 자동차와 드론 등을 비롯한 각종 산업 완제품과 원자재, 핵심 전자 부품, 의류를 비롯한 각종 공산품들을 중국이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러시아의 내수 경제 및 전쟁 수행 능력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양국 사이 교역액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2400억달러(약 323조 원)를 기록하며 러-우 전쟁 발발 이후 6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중국산 자동차와 부품의 대러 수출은 재작년 60억 달러에서 작년 230억 달러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방중 기간 BBC를 통해 “중국산 부품들은 러시아가 더 많은 탄약과 탱크, 장갑차, 미사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데 쓰였다”라며 “러시아가 수입하는 공작기계의 약 70%와 전자 공학 제품의 90%가 중국산”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이번 방중을 통해 서방 국가들에 맞선 양국의 안보적, 외교적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분야의 협력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BBC는 이번 방중 대표단에 신규 내각 구성원과 더불어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 국영기업 대표 등 대규모 무역 대표단도 동행했으며, 이는 양국이 경제적인 협력 또한 더욱 공고하게 다지기 위한 행보라고 풀이했다.
중국 외교부와 관영 매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최근 몇 해 동안 나와 푸틴 대통령은 40여 차례 만나면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했고, 중러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순조로운 발전을 위해 전략적 지도를 했다”라며 “중국은 언제나 러시아와 함께 서로 신뢰하는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가 될 용의가 있다”며 “러시아와 함께 세계의 공평·정의를 지킬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매체들도 이날 푸틴 대통령이 “작년 한 해 양국 무역액이 약 25% 증가해 2270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그 결과 러시아는 중국의 4대 무역 상대국이 됐다”라며 “향후 양국 협력이 에너지와 공업, 농업 등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과 혁신, 인프라 건설, 운송 분야 등의 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