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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D램·낸드 이어 HBM까지 추격...한국 반도체 '위기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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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D램·낸드 이어 HBM까지 추격...한국 반도체 '위기감 고조'

중국 메모리 제조사들이 자체 기술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마면서 관련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청주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메모리 제조사들이 자체 기술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마면서 관련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청주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중국이 최신 디램(DRAM)과 낸드플래시에 이어 고성능 메모리의 새로운 기대주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도 자체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이 머지않아 HBM에서도 한국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로이터 등 외신들은 중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자회사 우한 신신(XMC)이 각각 자체 기술로 HBM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CXMT는 이미 샘플 제품을 자국 내 고객들에게 보냈으며, XMC도 올해 내로 월 2000장의 12인치 HBM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은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첨단 AI 칩들이 제 성능을 내려면 기존 디램보다 월등히 빠른 HBM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HBM은 성능뿐 아니라 가격도 기존 디램보다 몇 배 이상 비싼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메모리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전체 디램 시장에서 HBM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에서 2025년 10%로 늘어나지만, 수익 기준으로는 2025년까지 전체 디램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양을 팔아도 HBM이 월등히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HBM 시장의 90% 이상 점유율(합계 기준)을 차지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승승장구 중이다. 양사는 기존 주력 제품인 디램과 낸드 플래시 시장의 장기적인 불황 및 지지부진한 회복에도 불구하고, HBM 수요 증가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업계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러한 HBM 시장에 중국의 참전은 결코 무시 못 할 변수다. 물론, 이번에 중국이 개발한 HBM 제품이 한국 기업들의 최신 5세대 제품(HBM3E)에 훨씬 못 미치는 2세대(HBM2) 수준이고, 당장은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을 위한 제품으로 당장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은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만큼 따라잡히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CXMT는 지난해 11월 모바일 기기용 저전력 DDR5(LPDDR5) 제품까지 양산에 성공하며 디램 기술 면에서 업계 선두인 한국 기업들을 따라잡았다는 평을 받았다. YMTC도 지난해 10월 232단 3D 낸드 플래시를 자체 개발에 성공하면서 238단을 달성한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온 상태다.

특히 중국이 HBM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은 HBM 설계의 가장 핵심이자 최대 난관인 ‘디램의 수직 적층’을 자체 기술로 해결했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의 일환으로 이 분야에도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중국 관련 기업들이 낮은 수율과 비싼 가격에도 앞장서서 자국산 HBM을 사준다면 현재 한국 기업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HBM도 기술이나 생산 면에서 수년 내로 따라잡힐 가능성이 높다.

AI 열풍이 계속되는 만큼 당분간 HBM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트렌드포스는 오는 2025년까지 HBM 수요가 2배로 증가하고, 가격도 5%에서 최대 1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내년도 생산분까지 모두 구매가 완료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이 지금의 호황에만 기대어 신형 HBM와 이를 뛰어넘는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 개발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기존 디램과 낸드플래시 및 LCD와 OLED 디스플레이처럼 머지않아 중국에 덜미가 잡힐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