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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외국 의사 대거 유치 위해 비자·영주권 문호 '활짝'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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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외국 의사 대거 유치 위해 비자·영주권 문호 '활짝' 개방

테네시주 등 15개주 별도 프로그램 운영, 연방·주 정부도 비자 면제 조처

미국이 부족한 의사 충원을 위해 외국 의대 졸업생이나 외국 의사를 유치하면서 비자와 영주권 문호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에서 수련하는 외국 의대 졸업생들. 사진=레지던트 메디컬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부족한 의사 충원을 위해 외국 의대 졸업생이나 외국 의사를 유치하면서 비자와 영주권 문호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에서 수련하는 외국 의대 졸업생들. 사진=레지던트 메디컬
미국이 부족한 의사 충원을 위해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IMG, International Medical Graduates)과 외국 의사 유치에 나서면서 비자와 영주권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를 비롯한 15개 주는 외국 의과대학 졸업자가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을 치르지 않고, 미국에서 전공의 과정을 다시 수료하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의사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주 단위의 입법을 마쳤거나 현재 이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 의대 졸업생이나 외국 의사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는 데 비자와 영주권을 비롯한 합법적인 체류 신분 취득 절차가 중대한 걸림돌이다. 미국의 15개 주는 연방정부 차원의 외국 의사 대상 비자 발급 절차 대신에 일정 기간(2~3년) 미국 의사 밑에서 임시 면허증으로 일을 한 뒤 이 기간이 끝나면 완전한 면허증을 내주는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정부 기관과 주 정부는 또 외국 의대 졸업생이나 외국 의사에 대한 비자 발급을 확대하거나 일부 비자 신청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엘리자베스 가비시 미국 이민 전문 변호사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과대학협회(AAMC)에 따르면 미국에서 약 8300만 명이 1차 진료(primary care) 의사 접근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오는 2034년까지 미국에서 부족한 의사 숫자가 12만4000명에 이른다”면서 “미국 병원과 클리닉이 이 공백을 메우려고 외국 의대 졸업생에 갈수록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외국 의사를 유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어도 미국에서 다시 전공의 과정을 밟도록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테네시주를 비롯한 15개 주가 주 단위의 개별 입법을 통해 독자적으로 연방정부가 요구하는 전공의 과정을 생략한 채 외국 의사들을 직접 유치하는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프로그램에 따라 외국 의사들이 미국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려면 미국 정부가 발급하는 J-1(또는 H-1B) 비자를 받아야 한다. 최근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을 이수하려는 국내 의대 졸업생들에게 필요한 서류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예비 수련의 20여 명이 미국에서 의사로서 수련하는 데 필요한 J-1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미국 외국의대졸업생교육위원회(ECFMG)에 제출할 해외수련추천서(SoN, Statement of Need) 발급을 보건복지부에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에서 J-1 비자 소지자는 비자가 만료되면 본국으로 돌아가 2년 이상 거주해야 다시 미국 비자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전공의 과정을 수료한 외국 의사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2년 본국 거주 의무’를 면제해 주고, 이들이 미국에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 정부는 외국 의사 유치를 위해 최소 6가지 이상의 비자·영주권 취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콘래드(Conrad)30 비자 면제 프로그램’은 미국 연방 보건복지부(HHS)와 50개 주 정부가 외국 의사의 미국 정착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제도다. 이는 연간 대상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했기에 30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각 주가 이 숫자를 넘어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미 보건복지부는 또한 콘래드30과 달리 비자 발급 건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별도의 외국 의사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HHS는 이 프로그램을 1차 진료, 가정의, 일반 내과, 일반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일반 정신과 전공 외국 의사에게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해당 병원이 ‘의료 전문 인력 부족 지역(HPSA)’에 있어야 한다.

국가보훈처 J-1 비자 면제 프로그램(Veteran’s Administration J-1 Waiver Program)은 미국에서 2년간 전공의 수련을 마친 외국 의사가 본국에서 2년 동안 체류해야 하는 의무를 면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외국 의사들이 미국에 남아 전국 각지의 보훈병원에서 진료, 교육, 연구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 이용자는 HSPA에 묶여 있지 않고, 어느 곳에서든 일할 수 있다.

애팔래치안 지역 커미션(ARC, Appalachian Regional Commission) 비자 면제 프로그램은 애팔래치안 지역에 근무할 외국 의사를 대상으로 한다. ARC 해당 주는 앨라배마, 조지아, 켄터키, 메릴랜드, 미시시피,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주다.

델타 지역(DRA, Delta Regional Authority) 비자 면제 프로그램은 델타 지역 HPSA에 근무할 외국 의사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DRA는 앨라배마, 아칸소, 일리노이, 켄터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미주리, 테네시주 지역을 뜻한다.

가장 최근에는 사우스이스트 크레센트 지역 커미션(SCRC) J-1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SCRC는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 미시시피, 플로리다주를 뜻한다. SCRC는 연간 비자 발급 쿼터 제한이 없는 게 특징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