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이하 현지시각) 5년 임기를 공식적으로 마쳤음에도 대통령직을 당분간 이어가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와 벌이고 있는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후임 대통령을 뽑을 선거가 열리는 것이 불가능한 때문이다.
◇평시였으면 지난 3월 차기 대선 열렸어야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제는 5년 임기제로 1회 이상 연임이 가능하다.
19일 독일의소리(DW)에 따르면 젤렌스키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최고 권좌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이유는 헌법학자를 비롯한 법률가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우크라이나 헌법상 이미 지난 3월 실시됐어야 할 차기 대통령선거가 2년 3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와 전쟁 때문에 열리지 않은 때문이다.
게다가 차기 대선이 언제 열릴 지 예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란 점에서 전직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직을 무기한 유지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는 젤렌스키가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대선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크다.
젤렌스키는 지난 2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임자를 선출하는 문제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전쟁이 2년 이상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을 거론하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처사”라며 차기 지도자를 뽑는 문제보다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국력을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못 박았다.
◇법률가들 “젤렌스키, 차기 대선 열리기 전까지는 대통령직 유지 불가피”
DW는 “우크라이나 법률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열리기 전까지는 젤렌스키가 권좌에 남아 있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우크라니아 싱크탱크인 정책법률개혁센터의 안드리 마헤라 부소장은 DW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다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선거가 열려 새 대통령이 선출될 경우에만 퇴임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젤렌스키가 권좌에 남아 있는 것은 헌법상으로는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차기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열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젤렌스키의 입장을 떠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는 밝혔다.
러시아와 전쟁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역에 계엄령이 유지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헌법상 계엄령 하에서는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대통령선거도 개최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는 것.
마헤라 부소장은 “우리의 헌법에 따르면 선거는 물론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까지도 계엄령 하에서는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젤렌스키가 언젠가 열릴 차기 대선에 출마해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