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시장의 확실한 대안으로 인도가 자리매김한 가운데 인도 증시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각) 인도 통계청에 따르면 2023~2024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인도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8.2%로 예상치인 7.9%를 훌쩍 뛰어넘었다.
주요국 대비 견조한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 호조로 증시가 활황인 데다 인도 정부가 시장 관행 개선에 나서며 IPO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삼일 PwC가 지난 28일 개최한 ‘인도 투자·진출 전략 세미나’에서 정기욱 파트너는 “탈중국에 따른 인도의 반사이익과 자본시장 및 내수시장의 성숙도 증가” 등을 인도 증시에서 IPO가 살아나는 배경으로 꼽았다.
삼일 PwC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증시에서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66억 달러(약 8조9000억 원)로 전 세계 시장에서 3위에 올랐다.
지난달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인도 증시는 IPO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72% 급증한 34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를 조달했다. 특히 매월 20억 달러(약 2조76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뮤추얼펀드로 유입되면서 IPO 시장의 주요 투자자로 자리매김했다.
4일 결과가 나올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연속 재집권이 확실시되고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될 경우 IPO 시장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 상장 추진 '잰걸음'
인도 IPO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자 국내 기업의 인도 자회사들도 인도 증시 입성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먼저 인도 시장을 두드린 기업은 CJ대한통운의 인도 자회사 'CJ다슬(Darcl)'이다. CJ다슬은 CJ대한통운이 지난 2017년 인도 물류기업 다슬의 지분 50%를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회사로 3월에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상장 시기는 유동적이지만, 회사는 올해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의 내수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잠재력 또한 풍부한 점이 물류회사의 인도 상장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차 인도법인(HMIL)도 인도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씨티그룹·JP모건·HSBC 등에 이어 최근 모건스탠리와 코닥 마힌드라를 IPO 주관사로 추가 선정했다. 현대차는 이르면 6월 말~7월 IPO를 위한 예비 서류를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제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인도법인 상장으로 25억~30억 달러(약 3조4000억~4조 원)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는 IPO를 통해 중국과 미국에 이어 글로벌 3위 시장으로 입지를 굳힌 인도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 선제 대응해 전기차 판매 확대를 꾀할 전망이다.
LG전자 인도법인도 최근 JP모건과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인도 증시 상장을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은 LG전자 인도법인이 상장할 경우 최소 5억 달러(약 7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회사 측은 아직까지 IPO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