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사우디 간 협상이 타결되면 사우디가 중동에서 유일하게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국가가 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동맹국처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양국이 방위조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다만 튀르키예는 집단안보조약을 체결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어서 미국과 튀르키예는 사실상 안보 동맹 관계다.
그러나 미국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국제 유가가 뛰자 산유국 연합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실질적 리더 국가인 사우디와의 협력이 필요했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과 이란의 개입 가능성 등으로 인해 사우디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해 바이든 정부가 태도 변화를 보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달 말에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을 비롯한 사우디 고위 인사들과 협상에서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었다. 커비 보좌관은 양국 간 의견이 거의 근접했고, 거의 최종 단계에 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사우디 간 상호방위협정이 체결되려면 미 상원에서 3분의 2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미 상원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가 담보되지 않으면 미-사우디 협정을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고 WSJ가 전했다. 이 매체는 또한 가자 전쟁 종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출범 등과 관련해 가시적인 진전이 있어야 미 상원의원들이 이를 추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미국이 사우디와 협정을 체결하면서 한·미 상호방위조약보다 상대국의 피공격 시 미군의 자동 개입 조건이 느슨한 미·일 안전보장 조약과 유사한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사우디 협정이 체결되면 양국은 상대국이 역내 또는 사우디 영토에서 공격받을 때 군사적 지원을 한다. 한·미와 미·일 조약은 적대행위가 발생하면 미국의 군사적 관여와 양국에 대한 핵 억지력 우산 제공 등을 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미 양국은 이 조약에 따라 한미연합사령부를 운영하고 있어 미·일에 비해 군사 관계가 더 긴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