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 시각) “암호화폐 업계가 대형 스캔들에서 벗어나 2024년 선거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형 코인 관련 기업 3개가 연합으로 슈퍼팩을 결성하고, 1억5000만 달러(약 2071억원)의 자금을 모아 의회 선거 등에서 친(親)암호화폐 후보를 지원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 슈퍼팩은 대선전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암호화폐 관련 기업 대표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원에 나섰다고 NYT가 지적했다. 트럼프는 최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자택에서 암호화폐 관계자 수백 명이 참석한 만찬을 주최했다.
NYT에 따르면 코인베이스와 암호화폐 결제 기업 리플(Ripple), 암호화폐계의 큰손으로 통하는 벤처캐피털 안데르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슈퍼팩에 각각 5000만 달러씩 기부했다. 지난 3월에는 암호화폐계를 대표하는 최대 슈퍼팩인 페어셰이크(Fairshake)가 1000만 달러를 투입해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 뛰어든 반(反)암호화폐 성향의 케이티 포터 연방 하원의원 낙선운동을 전개해 그를 낙마시켰다.
바이든 대통령도 최근 코인 업계와 관계 개선에 나섰다. 로 칸나 캘리포니아주 출신 민주당 하원의원이 7월 초 워싱턴 DC에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혁신을 위한 회의를 주최한다. 이 회의에 바이든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포브스는 더블록의 보도를 인용해 "바이든 진영은 암호화폐 시장의 적이 아니라는 것을 업계에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블록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캠프 관계자들이 최근 가상자산업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 관련 정책 조언을 구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지난달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승인된 모든 가상화폐를 사용해 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비트코인·이더리움뿐 아니라 도지코인 같은 각종 '밈 코인'도 기부할 수 있게 했다.
트럼프는 지난 1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비트코인 채굴 산업을 지원할 것이며 남아있는 모든 비트코인은 앞으로 미국이 채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2021년 대통령 재임 당시 비트코인을 ‘사기 같다’고 했으나 이제 자신이 ‘암호화폐 대통령’이라고 주장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