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연준, 매파적 기류 확산...신흥국 채권 랠리 '흔들'

공유
2

美 연준, 매파적 기류 확산...신흥국 채권 랠리 '흔들'

2024년 6월 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내의 한 상점에서 한 여성이 옷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6월 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내의 한 상점에서 한 여성이 옷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위시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통화정책 기류 확산으로 신흥국 채권의 랠리가 타격을 입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분석했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이 재확산하며 중남미와 동유럽 중앙은행들의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이 꺾였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연준보다 먼저 정책을 완화할 의사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는 등 신흥국들의 비둘기파적 통화정책 시기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3월 말 기준으로 2400억 달러를 운용한 닛코 자산운용의 로버트 샘슨 싱가포르 펀드매니저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확실히 사라졌다“면서 ”커브 역전과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인해 장기 보유 듀레이션 전략은 그 어느 곳에서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해도 신흥국 국채를 매입할 기회로 여겨졌지만, 중앙은행들의 매파적인 기조가 확산하면서 이러한 베팅도 뒤바뀌고 있다. 금리 인하 전망이 줄어들자 투자 열기가 꺾였고,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국 통화도 하락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블룸버그 지수에 따르면 신흥국 국채 가격은 지난해 6% 넘게 상승했으나 올해는 1% 정도 하락했다. 반면 달러 채권 지수는 지난해 12월 말 이후 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브라질의 인플레이션은 5월에 예상치를 상회했고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달 고질적인 물가 압력으로 인해 추가적인 정책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페루도 지난주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하를 중단했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중앙은행이 정책 완화 사이클이 거의 끝났다고 밝혔고, 폴란드는 정부의 임금 인상 계획으로 금리 인하가 지연될 상황이다. 아시아에서는 태국의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하자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했고, 대만은 정책 긴축의 형태로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다.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들은 14일 자 투자자 메모에서 ”상대적으로 밝은 성장 전망과 여전히 다소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신흥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아직 정책 완화를 시작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위협


무엇보다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인해 신흥국들의 정책 완화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싱가포르 GAMA 에셋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라이브 드 멜로는”신흥국을 넘어 전 세계 모든 중앙은행은 연준이 당초의 금리 인하 계획을 고수함으로써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기를 바랐다"면서 ”연준이 하반기에 상당한 역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올해 단 한 차례만의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등 매파적 정책 신호가 강해지자 투자자들은 신흥국 채권을 매도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개발도상국 부채를 추적하는 세계 최대 ETF(상장지수펀드)인 27억 달러 규모의 반에크 JP모건 신흥시장 현지 통화 채권 ETF에서는 지난 3개월 동안 자금이 순유출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신흥국 국채 가격 하락을 낙관론의 근거로 보기도 한다.

뉴욕 소재 UBS 자산운용의 신흥시장 및 아시아 태평양 태권 책임자인 사마일라 칸은 ”지난 몇 달 동안보다 (채권 가격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면서 ”연준이 금리를 한 차례 인하하든 두 차례 인하하든 올해 말까지 신흥 시장 국채가 상당히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은 신흥국 국채가 랠리를 재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했다.

홍콩 T.로우 프라이스의 레오나드 콴 펀드매니저는 ”지난 12~18개월 동안 수익률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면서 ”지금부터는 기회가 적어지면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게 되는데,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