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또한 HBM 칩 제조 선도 업체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이 중국에 HBM 칩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한국 정부 측과 초기 단계의 협의를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국은 올해 초 한국에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게 반도체 관련 장비와 기술이 중국에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통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HBM은 SK하이닉스가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현재 5세대 제품인 HBM3E까지 양산이 이뤄졌다. 삼성전자 역시 생성형 AI와 빅데이터 상용화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차세대 먹거리로 HBM을 상정하고 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차단하고 있으나 관련 서비스 제공까지 통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와 램 리서치,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중국에 수출한 장비에 대한 수리와 서비스를 중단한 것처럼 ASML과 도쿄 일렉트론도 동일한 조처를 단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그러나 일본과 네덜란드는 기존의 대중국 수출 통제의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미국의 추가 조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이들 두 나라는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등을 지켜보려고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다.
미국 정부는 AI 기술 개발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와 관련 기술에 대한 대중국 추가 규제를 검토 중이다. 그 대상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신 기술이다. GAA는 반도체의 기존 트랜지스터 구조인 핀펫(FinFET)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전력 소비를 줄이고 칩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 중 하나로 GAA가 AI칩 경쟁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지난 2022년 6월 3나노 공정에 적용했다. 현재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업체 중 차세대 GAA 기술을 상용화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미국은 지난 2022년 8월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의 수출 통제를 시작으로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 EDA는 GAA 기술을 이용한 칩 제조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다. 미국은 2023년 10월에 규제되는 장비와 반도체를 늘리는 등 수출 통제 조처를 확대했다.
한편 HBM칩 수출통제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확인해 본 결과 중국 판매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다"며 "중국 공장도 잘 돌아가고 있어 문제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