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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반등 노리던 애플, 중국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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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반등 노리던 애플, 중국에 발목 잡히나

애플의 새로운 AI 전략 '애플 인텔리전스'가 중국 시장에서 차세대 아이폰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사진=애플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의 새로운 AI 전략 '애플 인텔리전스'가 중국 시장에서 차세대 아이폰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사진=애플
최근 애플이 자사의 새로운 인공지능(AI) 전략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하며 차세대 아이폰의 성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가운데, 애플의 최대 시장 중 한 곳인 중국이 새로운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이달 초 연례 개발자 행사 ‘WWDC 2024’를 통해 차세대 아이폰을 비롯한 자사 제품에 탑재될 새로운 AI 기능을 대거 선보였지만, 이는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고려하지 않은 반쪽짜리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자사의 ‘애플 인텔리전스’를 위해 생성형 AI 대표주자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손을 잡았다.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차세대 ‘아이폰 16’ 시리즈는 물론, 이후 선보일 아이패드, 맥 등의 신제품에 오픈AI의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기반을 둔 다양한 생성형 AI 지원 기능이 제공될 예정이다.

또한, 애플은 AI 기능의 다양성을 위해 구글의 생성형 AI인 ‘제미나이’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물론, 다른 회사와 완전히 독립된 애플 고유의 생성형 AI 모델도 따로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해외 개발사의 생성형 AI 모델을 자국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중국 정부의 인터넷 감시 기관인 중국 사이버 공간 관리국(CAC)은 117개의 생성형 AI 제품을 승인했는데, 그 중 외국에서 개발된 제품은 단 하나도 없다.

물론,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제미나이도 CAC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는 중국산 AI가 아닌 타국에서 개발한 AI 모델을 사용하는 제품은 중국 시장에 출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초 ‘세계 최초 AI 스마트폰’ 타이틀을 달고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24 시리즈도 중국용 모델에는 자사의 ‘갤럭시 AI’나 구글의 제미나이가 아닌, 중국 바이두의 ‘어니봇’을 탑재하고 출시했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지난 1분기에만 전 세계 1350만대(카날리스 기준)를 출하하며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지만, 중국에서는 출시 이후에도 시장 점유율 1%를 밑돌며 흥행에 실패했다. 이는 바이두의 AI 기능이 다른 중국산 스마트폰에도 탑재됨에 따라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플 역시 중국 시장서 AI 기능을 서비스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바이두와 논의 중이지만, 신형 아이폰 출시가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6월 현재도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양사의 협력이 성사되어 아이폰 16에 바이두의 AI 모델이 탑재되더라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결과가 예상된다.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하던 애플은 화웨이와 비보 등 중국 토종 브랜드에 덜미를 잡히며 시장 점유율이 3위까지 떨어졌다. 전체 아이폰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 회복을 위해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하고, 굴욕적인 가격 인하까지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아이폰 16이 중국에서 AI 기능을 빼고 출시하거나 중국 회사의 AI를 탑재해 출시하더라도 예전만큼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다. 새로운 반등을 위해 야심 차게 선보인 애플의 AI 전략이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