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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퍼듀 사주 일가, 오피오이드 사태 무한책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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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퍼듀 사주 일가, 오피오이드 사태 무한책임" 판결

오피오이드 진통제 옥시코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오피오이드 진통제 옥시코틴. 사진=로이터
미국 오피오이드 사태를 초래한 퍼듀 제약이 파산보호를 신청했지만 사주 일가인 새클러 가문은 개인 민사소송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미국 대법원이 27일(현지시각) 판결했다.

파산보호 신청으로 퍼듀 제약의 오피오이드 피해 구제는 끝난다는 1, 2심 판결을 뒤집었다.
파산보호가 사주 일가의 재산을 보호하는 변칙적인 피난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선언한 것이다.

적게는 3500달러에서 많게는 4만8000달러 합의금으로 받고, 여기서 소송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상받게 됐을 오피오이드 피해자들이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무한책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 대법원 판결은 5-4로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하급심 판결을 뒤집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위주로 재편된 대법원은 보수 대법관들 간에 의견이 극심하게 엇갈렸다.

그러나 대기업이나 사주들이 파산보호의 맹점을 이용해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우회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은 안된다는 의견이 가까스로 주류가 되며 이날 판결로 이어졌다.

주류 판결문을 쓴 닐 고서치 대법관은 퍼듀 제약 소유주 가문인 새클러 가문은 파산을 신청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피오이드 피해자들에게 모든 자산을 내놓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급심 판결이 유지되면 새클러 가문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지지 않고 막대한 부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 다수가 새클러 가문에게 면책권을 주는 퍼듀 제약 합의 조건에 동의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고 새클러 가문에게 피해 보상을 청구하려는 소수 피해자들은 여전히 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주류 판결에는 고서치 대법관을 비롯해 클라렌스 토머스, 새뮤열 알리토, 에이미 코니 배럿,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이 동참했다.

반면 브렛 캐버노 대법관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너 케이건 대법관은 다수 피해자들이 즉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급심 판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법리 오류


소수 의견을 작성한 캐버노 대법관은 이번 판결이 법리상 오류를 범하고 있고, 합의를 통해 보상을 받기로 한 10만여 오피오이드 피해자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캐버노는 이어 주류 대법관들은 미 파산법 조문을 새로 쓰고 있는 셈이라면서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타당한 구제를 공정한 방법으로 제공하는 파산법원의 오랜 권위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판결로 이미 합의금을 받은 피해자들은 그 돈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면서 수년에 걸친 법정 소송으로 피폐해진 이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피오이드 사태


오피오이드 사태는 평범한 미국인들을 마약 중독으로 몰고 간 사태로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통해서도 여러번 소개된 바 있다.

오피오이드계 진통제 업체인 퍼듀가 자사 특허권 만료가 가까워지자 새로운 돌파구로 용량을 바꾸는 식으로 특허를 갱신하고 의사들에게 로비해 무분별하게 진통제를 사용토록 하면서 비롯됐다.

퍼듀 제약은 엄청난 돈을 뿌리며 의사들을 매수해 자사 진통제의 중독성이 낮다고 과장 광고했고, 이 때문에 병원에서 진통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이 마약에 중독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진통제 사용 기간이 끝나 더 이상 병원에서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처방받지 못하게 된 환자들은 결국 길거리에서 마약을 구입해 사망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법정 서류에 따르면 퍼듀 제약의 오피오이드 진통제 옥시콘틴은 1990년대 후반 출시됐고, 2008년 이후로만 새클러 가문에게 100억 달러 가까운 이득을 안겨줬다.

새클러 가문이 거의 모든 주식을 보유한 퍼듀 제약은 그러나 마약 중독자들이 폭증하면서 피해자들과 각 주정부, 미 법무부 등이 제소하면서 2019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새클러 가문은 파산보호 기간 보유 자산 대부분을 조세회피처로 빼돌렸고, 이 가운데 60억 달러만 피해 구제금으로 내놨다.

대법원 판결로 이제 피해자들의 개별 민사 소송 길이 열리면서 새클러 가문 역시 파산으로 갈 처지가 됐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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