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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한 글로벌 AI업계, 위기인가 잠시 멈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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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한 글로벌 AI업계, 위기인가 잠시 멈춤인가

거침없이 질주하던 AI 선도 기업들이 최근 신제품 출시를 연기하거나 출시 지역에 제한을 두는 등 잇따라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거침없이 질주하던 AI 선도 기업들이 최근 신제품 출시를 연기하거나 출시 지역에 제한을 두는 등 잇따라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시장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인다.

AI 신제품에서 일부 기능을 빼고 출시하거나 출시 시기를 연기하기도 하고, 특정 지역에 아예 AI 신기술을 출시하지 않는 등 다양한 이유로 각각의 AI 전략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AI 선도 기업들의 성장 전략이 슬슬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와 잠시 쉬어가기 위한 ‘숨 돌리기’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25일(이하 현지 시각) 오픈AI는 ‘챗GPT’의 최신 업데이트를 통해 6월 말 유료 사용자를 대상으로 선보일 예정이었던 ‘음성 대화’ 기능의 출시를 돌연 한 달 이상 연기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오픈AI가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 ‘GPT-4o’를 발표하며 공개한 음성 대화 기능은 영화에서나 봄 직한 대화형 AI 비서를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오픈AI는 이 기능의 출시 연기 이유로 안정성이나 응답성 등이 목표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앞서 해당 기술 발표 때 불거진 ‘유명 여배우 음성 무단 사용’ 이슈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새로운 AI 전략 중 하나로 ‘AI PC’를 강력히 추진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18일 자사의 AI PC 플랫폼 ‘코파일럿+ PC’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핵심 기능 중 하나인 ‘리콜’ 기능을 빼고 출시했다.

리콜은 AI가 PC 사용자의 작업 내용을 분석해 자동으로 스크린샷으로 저장하고, 나중에 어떤 작업을 했는지 검색해서 확인하거나 당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이 기능은 발표 직후부터 해킹 및 그에 따른 개인·기업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제품 보안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MS는 여론을 수용해 코파일럿+ PC에서 리콜 기능을 빼고 출시했다. 향후 MS가 이 기능을 언제 다시 출시할지는 미정이다.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AI 산업에 힘입어 최근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도 주줌한 상태다. 6월 마지막 주 들어 3거래일 연속으로 주가가 총 15% 이상 빠지면서 증시에 혼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지난달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딱히 눈에 띄는 신전략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위기설’ 및 ‘한계설’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AI칩 전략을 주도해온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주가 폭락 직전 주요 임원들과 더불어 보유 자사주를 대거 매도한데다, 이번 주총에서도 “AI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그의 발언이 80%가 넘는 압도적인 AI칩 시장 점유율에 따른 자신감으로 별다른 대응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라는 평도 있지만, AMD나 인텔 등 경쟁사들의 약진 및 그로 인한 시장 우위의 약화 가능성에 너무 무방비한 발언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AI 업계의 주춤한 상황이 위기보다는 ‘숨 고르기’에 가깝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에는 기술 및 시장 선점을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성장 위주의 전략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올 들어 산업 자체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AI 학습에 사용되는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 등 각종 콘텐츠는 물론, 플랫폼 사용자 데이터 등의 권리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에 시장 규제 정책도 강화되면서 AI 선도 주자들이 사업 추진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MS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대한 총 13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AI 스타트업 추가 인수 등으로 영국 경쟁시장청(CMA)으로부터 반독점 여부에 대한 예비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오픈AI의 라이벌인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40억 달러를 투자한 아마존 역시 CMA의 조사 대상에 추가됐다.

애플도 오는 9월 차세대 아이폰에 탑재될 AI 신기술 ‘애플 인텔리전스’의 EU 지역 출시를 연기하기로 했다. 이 역시 개인 데이터 활용에 밀접하게 연관된 AI 신기능이 EU의 ‘디지털시장법(DMA)’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