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재정 적자, 러시아 GDP에 육박...대선 정국과 맞물려 우려 증폭

공유
0

美 재정 적자, 러시아 GDP에 육박...대선 정국과 맞물려 우려 증폭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재정 적자가 러시아의 경제 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 급증한 가운데 11월 대선 정국과 맞물려 재정 적자 악화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의회예산처(CBO)의 '2024~2034 예산·경제 전망 업데이트' 자료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미국의 재정 적자 추정치는 1조9000억 달러(약 2635조원)로 지난 2월 발표된 1조6000억 달러의 기존 전망치 대비 상향 조정됐다. 이는 2023 회계연도 재정 적자 추정치인 1조7000억 달러보다도 많은 수치다.
2024년 재정 적자 추정치는 팬데믹 당시 최고치인 3조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세계은행이 2023년에 2조 달러로 추산한 세계 11위 경제대국 러시아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에 거의 육박하는 규모다. 이는 또한 멕시코(1조7900억 달러), 호주(1조7200억 달러), 한국(1조7100억 달러) 등 주요국의 경제 규모를 뛰어넘었다.

CBO는 2024년 예상되는 재정 적자 상향 조정의 이유로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저소득층 의료보험(메디케이드) 관련 비용 증가 및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은행 구제 비용 회수 지연 등을 언급했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긴급 지출과 이스라엘과 아시아 동맹국들에 할당된 긴급 예산이 재정 적자 증가의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됐다.

악순환의 고리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은 현재 금융시장 화두가 인플레이션 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지만,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 위험 또한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일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지속 불가능한 추세는 항상 끝나기 마련이라며 상황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례로 채권시장에서 국채 매수세가 주춤하면 더 많은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정부의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재정 적자는 더욱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 수 있다.

더들리는 특정 국가에서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그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일부 국가들이 달러 표시 자산에서 벗어나 보유 자산 다각화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저금리로 발행된 채권이 이제 더 높은 금리로 롤오버(만기연장)되면서 채무 상환 비용이 총부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대선 변수 기폭제


포춘은 무엇보다 미국의 대선과 그 여파가 재정 적자 확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캠프 참모들이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선거 승리는 자연스럽게 연준의 더 많은 국채 매입과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미국이 부채를 현금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촉발할 수 있다.

더들리는 지역은행 총재직이 백악관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고 연준 총재의 임기가 대통령 임기와 엇갈린다는 측면에서 백악관의 연준 통제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연준을 장악하고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만으로도 시장을 뒤흔들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S&P 글로벌도 미국 등 주요국의 국가 부채 증가세가 향후 몇 년 동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 및 프랑스에서 선거를 앞둔 가운데 각국 정부는 경제와 사회 서비스 및 국민의 일상생활 개선 공약을 속속 내놓고 있다.

S&P는 "차입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어야만 주요 7개국(G7) 정부가 선거 주기의 현 단계에서 더욱 단호한 예산 통합 실행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