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22년 개인회사로 인수한 뒤 줄곧 경영 위기에 휩싸인 글로벌 단문 소셜미디어 X가 또다시 심각한 악재를 맞을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X에 대한 벌금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DSA는 지난 2001년까지 유로존에서 시행됐던 전자상거래 지침을 확대한 것으로 EU 디지털 단일시장의 온라인 콘텐츠 및 플랫폼 신뢰성을 제고하고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불법 상품 등을 퇴출할 목적으로 EU 회원국에 적용하는 규정이다.
특히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후신인 X를 비롯해 이용자가 4500만명을 넘는 대형 플랫폼에 대해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DSA 규정을 위반할 경우 해당 업체에 글로벌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EU로부터 첫 번째 과징금을 맞을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X가 현재 지목된 상황이다.
◇ EU “X, ‘다크 패턴’ 악용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1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머스크의 X가 DSA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예비조사 결과를 지난 12일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12월부터 예비조사를 벌인 결과 다크 패턴(Dark pattern), 광고 투명성, 연구자 데이터 접근 등의 분야에서 DSA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이번 예비조사 결과에 대한 X 측의 반론과 해명 등을 검토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포브스는 “EU 집행위는 특히 X가 다크 패턴이라는 수법을 악용해 사용자들을 기망해온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크 패턴이란 온라인 상에서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는 선택을 하도록 사용자를 속이는 사용자 경험(UX) 수업의 일종으로 의도적으로 사용자를 속여 이득을 챙기는 온라인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다크 패턴은 UX 전문가 및 인지과학 전문가로 유명한 영국의 해리 브리그널이 지난 2010년 처음 고안한 용어로 사용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하는 등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일을 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하는 온라인 상의 속임수를 의미한다.
온라인 상에서는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가 제공되는 만큼 다크 패턴의 유형도 다양한데 △자동 결제와 자동 갱신 유도하기 △중요 정보 숨기기 △사용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등이 서비스 제공업체 입장에서 흔히 활용하는 유형이다.
◇ X 블루체크 인증, 인증 제도 취지 벗어나 이용자 기망
X가 다크 패턴을 악용해왔다며 EU 집행위가 대표적인 근거로 제시한 것은 X의 ‘블루체크 인증’ 정책이다.
X 사용자 계정 옆에 표시되는 블루체크는 당초 정치인, 연예인, 언론인 등 유명인사가 운영하는 검증된 계정임을 나타내는 인증이었다. 그러나 머스크가 지난 2022년 X의 전신인 트위터를 사들인 후 X가 정한 일정한 금액만 내면 누구나 자신의 계정 옆에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자임을 나타내는 표시로 성격이 바뀌었다.
EU 집행위는 “X의 이 블루체크 정책은 관련 업계의 관행에도 부합하지 않을뿐 아니라 인증 기능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며 X 사용자를 기망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누구나 이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면 ‘인증된 상태’로 바뀌기 때문에 이용자가 상호 작용하는 계정이나 콘텐츠의 진위에 대해 자유롭고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X 이용자를 기만하기 위해 이 인증 계정을 남용한 사례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