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우크라이나 전쟁의 그늘, 여성 광부들이 밝히는 희망의 불씨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0

우크라이나 전쟁의 그늘, 여성 광부들이 밝히는 희망의 불씨

우크라이나 남성이 전선에 동원되자 여성들이 석탄광 채굴에 나서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남성이 전선에 동원되자 여성들이 석탄광 채굴에 나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 동부 메틴베스트 포크롭스크 탄광, 600m 지하 갱도에는 희미한 불빛 아래 석탄을 캐는 여성 광부들의 모습이 보인다. 석탄 채굴은 힘든 육체 노동을 요구하는 전통적인 남성의 영역이었지만, 전쟁으로 수많은 남성이 전선에 나가면서 여성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49세 류드밀라 바슈카토바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도네츠크 시골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던 그녀는 러시아의 폭격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었다. 막막한 상황 속에서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메틴베스트의 구인 광고를 발견하고 광부에 도전하게 되었다. 바슈카토바는 "탄광 일은 힘들지만 급여가 좋고 안정적"이라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학생이 된 기분"이라고 말한다.

여성에게 열린 갱도, 변화하는 노동 현장


우크라이나 정부는 여성의 지하 노동을 금지했던 법을 폐지하며 여성 광부 고용을 장려하고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에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여성들은 남성들이 떠난 자리를 채우며 국가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30년간 지상에서 석탄 분류 작업을 해온 50세 마리나 비크레바도 이제는 지하 기계 작업자로 일한다. 그녀는 "점점 더 많은 여성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되어 기쁘다"며 서로를 격려하는 여성 광부들의 끈끈한 유대감을 전했다.

21세 비올레타 로브스카는 최근 광산에서 메탄 수치를 측정하는 일을 시작했다. 광부였던 삼촌이 전쟁에 나간 후, 그녀는 광산 운영을 이어가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느꼈다고 한다.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일을 잘할 수 있다"며 당당하게 말하는 로브스카는 동료 광부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쟁이 드러낸 노동력 부족 문제


전쟁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광업, 운송, 건설 등 남성 중심의 노동 집약적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동부 지역은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인력난이 심각하다. 메틴베스트 포크롭스크 탄광은 이미 30여 명의 여성을 지하에서 채용했고, 그중 일부는 물류 및 운송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광부 고용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직책은 여전히 여성에게 버거운 과제로 남아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징병 연령을 25세로 낮추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여성 광부들의 모습은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우크라이나의 희망을 보여준다.


김진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