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대선 토론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한 이후 많은 애널리스트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상해 왔다.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전략가는 “여론조사에 참여한 대다수 미국인이 바이든이 재선에 나서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제 민주당이 어느 정도 원했던 젊은 후보를 얻었기 때문에 바이든의 사퇴가 긍정적인 측면에서 민주당에 불확실성을 더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월가의 많은 투자자는 대선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보고 있다. 선거까지 아직 100일 이상이 남았고 다음 달 민주당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경선 후보와 정책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붉은 물결
CNBC는 지난 주말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월 대선 승리와 2025년 1월 공화당의 의회 상·하원 장악을 의미하는 '붉은 물결(red wave)'을 여전히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말 바이든의 불출마 선언 이후 온라인 베팅 사이트 Predictlt에 따르면 트럼프의 대선 승리 확률은 61%로 해리스의 승리 확률인 39%를 능가했다.
CFRA의 스토발은 트럼프의 승리가 주식시장에 긍정적 소식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FRA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화당 후보가 이끄는 통합 정부가 들어선 첫해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평균 수익률은 13%에 육박하며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낳았다.
스토발은 다음으로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가 민주당이 의회를 분할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도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S&P500 지수는 역사적인 평균인 10.6%보다 높은 16%의 상승세를 보였다.
트럼프 거래 타격
CNBC는 6월 27일 대선 토론회 이후 기세를 올렸던 이른바 트럼프 관련주에 대한 베팅이 주말 사이 바이든의 사퇴로 일단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2기 집권 하에서 잠재적으로 강세를 보일 업종으로 에너지와 금융을 손꼽아왔다. 6월 말 이후 지난 19일 종가까지 에너지와 금융주는 각각 4.5%와 1.6% 상승했다.
대선 토론회 이후 부상했던 세 번째 트럼프 수혜 업종인 헬스케어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대선 여론조사의 향방에 시장은 주목하는 분위기다.
웰스파고의 스티븐 백스터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관련 거래 부문에서 메디케이드와 병원 관련주가 수혜를 입고,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ed Adv)는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러한 모멘텀의 지속 여부는 향후 몇 주 동안 대선과 의회 선거 모두에서 여론조사 전개 방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스터는 "해리스가 다른 민주당 후보들의 도전을 받는지, 최종 부통령 후보가 누가 되는지, 그리고 정강정책의 차이 등이 주요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오펜하이머에 따르면 선거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주식 중 하나는 온라인 광고회사인 트레이드 데스크(Trade Desk)다. 오펜하이머는 "정치 광고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트레이드 데스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대선 결과보다는 금리와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전망이 증시를 움직일 핵심 동인이 될 것으로 봤다.
B. 라일리 웰스(B. Riley Wealth)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대체에너지 주식보다 석유·가스 기업을 강조하는 이른바 '트럼프 거래'에 투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체에너지 기업이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지적했다.
호건은 "선거를 100일 앞두고 새 행정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뭔가를 준비하는 것은 항상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킴 포레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2분기 실적 시즌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주 S&P500 기업 중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대형 기술기업을 포함해 약 4분의 1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