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을지 여부와 별개로 미국 헌정사상 또 다른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도 해리스는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AP통신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해리스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버락 오바마 이은 ‘두 번째 흑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해리스는 엄밀히 말하면 흑인은 아니다. 자메이카계 미국인 경제학자인 아버지와 인도계 미국인 과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에 가까운 혼혈이다. 그럼에도 유색인종이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서는 흑인과 비슷한 정체성을 지닌 것으로 간주된다.
올해 59세인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여러 측면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라는 기록을 보유한 정치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초의 흑인 여성 검찰총장을 지낸데다 현재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미국 부통령이 됐다. 미국 부통령이 당연직으로 겸하는 상원의장도 미국 사회에서는 처음으로 흑인 여성 자격으로 현재 맡고 있다.
오는 대선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미국 역사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진귀한 기록을 세우게 되는 셈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트럼프에게 져 실패한 후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물론 세우게 된다.
◇ 트럼프 이전에 ‘성차별과 인종차별’의 장벽
AP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바뀔 가능성에 대해 미국민 가운데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유권자는 흑인들이다.
자신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버락 오바마를 미국 헌정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만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설마 가능할까 했던 기대감이 현실화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AP는 “해리스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꺾고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오바마에 이은 두 번째 유색인종 대통령으로 기록된다는 점에서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번 대선에도 흑인 대통령이 배출되는 것이 설마 가능할까 하는 기대감이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AP는 전했다.
우려의 핵심은 백인 중심 사회인 미국에서, 현실적으로 인종차별이 여전한 미국 사회에서 백인인 힐러리 클린턴도 이루지 못한 일을 흑인 여성이 성취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것.
미국 조지아주 소재 학교에서 교직원으로 일한다는 24세 흑인 여성 브리아나 스미스는 AP와 한 인터뷰에서 “해리스가 바이든 대신 이번 대선에 나간다면 민주당이 아무래도 질 것 같다”면서 “미국 사회가 여성 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은 돼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46세의 흑인 여성인 메리 제임슨도 AP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맥락의 우려를 표시했다.
백인인 힐러리 클린턴도 해내지 못한 일을 흑인인 해리스가 이뤄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것.
그는 “미국 유권자들은 기본적으로 여성 정치인을 선호하지 않고 특히 흑인 여성 정치인은 더더욱 싫어한다”면서 “백인 여성도 실패한 일을 흑인 여성이 과연 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23세의 흑인 여성인 캐링턴 잭슨은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공화당의 트럼프를 꺾는 것에 앞서 미국 사회의 고질병인 ‘인종차별과 성차별’이라는 장벽부터 넘어야 하는 과제가 해리스 앞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