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의 한 임원은 이번 주 CEO로부터 예상치 못한 여러 차례 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또 다른 메시지에는 “우리 변호사가 ASAP으로 보내줄 기밀유지계약서에 서명할 준비를 해주세요. 이탈리아 시장 규제 기관과 밀라노 증권거래소에 이미 통보했습니다. 준비를 잘하고 극비로 처리해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행히 이탈리아 슈퍼카 제조업체의 임원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에 응하지 않아 별다른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화 메시지에 담긴 비냐 CEO의 사칭 목소리는 매우 설득력 있었다. 그의 남부 이탈리아 억양을 완벽하게 흉내를 냈다.
비냐 CEO를 사칭한 자는 기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다른 휴대폰 번호에서 전화를 걸었다고 설명하며, 중국 관련 문제를 겪을 수 있는 거래와 미확인 통화 헤지 거래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임원은 처음에 CEO의 지시인 줄 착각했으나 메시지에서 약간의 기계적 억양을 포착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직접 연결된 전화 통화에서 "죄송합니다, 베네데토 회장님. 당신의 신분 확인이 필요합니다"라고 물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비냐 CEO가 그에게 추천했던 책의 제목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 책의 제목은 알베르토 펠리체 데 토니의 "복잡성의 십계명: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행동하고, 배우고, 적응하기"였다. 그러자 전화는 갑자기 끊겼다.
생성형 AI 도구들이 만든 딥페이크 이미지와 음성은 광범위한 속임수를 일으킬 만큼 충분히 설득력을 지녔다.
실제 올해 초, 한 보이스 피싱범이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해 홍콩에서 직원들을 속여 2억 홍콩달러(약 360억 원·2600만 달러)를 탈취했다. 그는 회사의 최고 재무 책임자와 다른 사람들과의 비디오 통화에서 딥페이크를 이용해 피해자로 하여금 돈을 송금하게 만들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