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공포지수, 한때 60 이상으로 폭등...4년 만에 최고치

월가가 가장 주목하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측정하는 ‘공포지수’가 5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한때 4년 만에 최고치로 폭등했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뉴욕 시장 개장 전 65.73까지 뛰어오르며 지난 3일 종가 대비 약 42포인트 상승했다.

VIX는 이날 장중에는 상승 폭을 대거 내주며 뉴욕 장 후반 38.57 수준으로 반락했다.

VIX가 65포인트까지 급등한 것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폭락 당시 이후 4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 미국 주식시장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10% 이상 폭락한 바 있다.
이날 VIX 하루 상승 폭이 42포인트에 달한 것은 199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아시아 주식 시장에서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가 13.47%나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최고조에 달한 점이 VIX 폭등을 주도했다. 아시아 거래 후반 나스닥 선물 지수도 한때 1000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이어진 뉴욕 시장에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3% 급락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3.38% 하락하는 등 변동성 장세가 이어졌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실업률과 제조업 지수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했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래셔널 에쿼티 아모르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 티게이는 로이터에 “지난 2일부터 시작된 3일간의 주식 매도세에 이은 VIX의 움직임은 ‘매우 매우’ 이례적”이라며 “지난주 시장에서 무엇인가 분명히 잘못됐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이 손상을 복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이후 최장기간 연속 하락세를 구가하던 VIX가 요동치면서 시장은 변동성 장세를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극단적인 옵션 포지션으로 인해 시장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암브루스 그룹의 공동 최고 투자 책임자(CIO)인 크리스 시디얼은 “더 많은 투자자가 더 많은 옵션거래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으며 변동성 숏(매도)거래에 치우쳐 있다”면서 “디레버리징 효과가 발생하게 되면 과거에 보았던 것보다 변동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코로나19 이후 옵션 시장 전체 규모가 3배로 커지면서 변동성 매도 거래도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제로데이옵션(0DTE)으로 알려진 초단기 옵션이 인기를 끌면서 이날 VIX 급등을 견인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0DTE는 같은 거래일에 발행되고 만료되는 옵션으로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거래다. 0DTE는 지난해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베팅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로이터는 그렇지만 지난 며칠 동안 시장의 변동성이 급증하자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헤지 수단을 긴급히 찾게 되면서 VIX가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0DTE 옵션은 VIX 계산에 포함되지 않지만, 장기 옵션은 VIX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로 인해 변동성 지수가 급등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VIX가 급등하면서 주식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진입 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RBC 캐피털 마켓의 글로벌 주식 전략 리서치 책임자인 로리 칼바시나는 "어디서 지수가 정점을 찍을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VIX가 35 이상일 때 향후 12개월 기준으로 S&P500 지수의 매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RBC 분석 자료에 따르면 VIX가 35 이상으로 마감되면 S&P500 지수가 향후 3개월과 6개월 동안 각각 평균 6.5%와 14.5% 상승했다.

리틀 하버 어드바이저스의 톰슨은 로이터에 "VIX가 40에 도달하면 S&P500 지수가 매일 2.5%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이상의 수준은 큰 위기 상황이 아니면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