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이달 초 급락하자 헤지펀드들이 대거 매수에 나선 것으로 추산됐으나 전문가들은 시장 전망에 대해 아직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골드만삭스 프라임 브로커리지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5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1조 달러 규모의 대량 매도세가 촉발되는 사이 헤지펀드들이 3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개별 주식 매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또한 JP모건체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3% 급락하자 기관 투자자들이 140억 달러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대거 발을 빼는 사이 이른바 ‘큰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연중 최악으로 주가가 폭락한 날 전문 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은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경기침체가 확인되지는 않은 상황에서 지표 부진에 대한 시장의 변동성 폭증이 과잉 반응이었음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뉴욕 주식시장에서 3대 주요 지수는 이날 거래에서 일제히 반등하며 S&P500 지수가 1.04% 상승 마감했다. 2020년 이후 최고치인 65.73까지 치솟았던 월가 ‘공포지수’인 변동성지수(VIX)도 이날은 큰 폭으로 되밀리며 27대로 떨어졌다.
팽배한 신중론...“충분히 빠지면 사라”
그렇지만 하루 만의 지수 반등으로 시장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고 예단하기는 섣부르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특히 그동안 주식시장이 장기간 랠리를 펼치면서 현재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인식이 팽배한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솔루션의 맥스 고크만 수석 부사장은 블룸버그에 “이는 마치 원했던 디자이너 가방이 10% 할인되는 것과 같다”면서 “가격은 여전히 매우 비싸지만, 살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 트레이딩 데스크의 앤드루 타일러 미국 시장 책임자는 “주식시장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으며 S&P500 지수가 10%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음 주에 체계적인 펀드 매도세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글로벌 주식 전략가인 피터 오펜하이머도 이날 반등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지난 5일 전 세계 증시의 매도세 이후 더 많은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펜하이머는 이날 CNBC에 "이번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단기적으로 여전히 고르지 못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펜하이머는 그렇지만 이번 조정이 “오랜 기간 조정 없이 랠리가 이어졌던 데 대한 건전하고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데이비드 코스틴이 이끄는 골드만삭스 전략팀은 1980년 이후 S&P500 지수가 최근 고점 대비 5% 하락한 이후 3개월 동안 평균 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수는 지난 7월 중순 고점 대비 현재 8.5% 정도 하락했다.
씨티그룹의 베아타 만테이 전략가는 투자자 노트에 주식 밸류에이션, 수익률 곡선, 투자자 심리 및 수익성과 같은 지표로 측정하는 소위 베어마켓(약세장) 체크리스트에서 ‘하락시 매수’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침체 시나리오가 결코 가격에 반영된 것이 아니며 더 완벽한 포지션 청산이 확인될 경우 매수에 나설 것”을 추천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