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각)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시장이 불안정할 때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췄다.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 이후 일본 엔화는 최근 급등세에 제동이 걸리며 달러 대비 2% 넘게 하락했다.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닛케이225 지수가 이틀째 급반등했고,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동반 상승했다.
그는 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하는 더 많은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스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히로시 가와타는 "우치다 부총재의 비둘기파적 발언이 지난주 총재의 매파적 기조를 상쇄했다"고 평가했다.
히로시는 이어 "현재 시장 변동성이 너무 높아 곧 진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10월 금리 인상의 장애물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우치다 부총재는 최근의 엔화 강세가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줄여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춰 일본은행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주식시장 변동성은 기업 활동과 소비에 영향을 미쳐 역시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엔화는 지난주 달러 대비 4% 이상 급등했고 ‘엔 캐리 거래’ 청산이 가속화되자 5일 거래에서는 달러당 141.70엔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엔화는 이날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 이후 147.30엔대로 급반락했다.
우치다 부총재는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 혼란에 대해 미국의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촉매제가 됐고, 최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른 엔화 환율 조정이 혼란을 증폭시켰다고 진단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지난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한 뒤 촉발됐던 시장 불안은 이날 우치다 부총재의 ‘긴급 진화’로 다소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이스트 스프링 인베스트먼트의 채권 팀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룽 런 고는 "우치다가 캐리 트레이드를 구했다"면서 "일본의 정책은 시장의 전반적인 리스크 구조에서 중요한 움직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엔화 환율이 이날 하락하면서 멕시코 페소, 뉴질랜드 달러 및 호주 달러 등 그동안 캐리 거래의 수혜를 입었던 통화들은 일제히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당장 9~10월에 금리를 또 인상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이와증권의 도루 스에히로 이코노미스트는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은 명백히 비둘기파적”이라며 “시장 심리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한 일본은행이 9월이나 10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연내에 일본은행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다.
메이지 야스다 연구소의 고다마 유이치 이코노미스트는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을 근거로 연말까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금리는 일본과 미국의 시장과 경제 동향에 달려 있으며, 일본은행이 연말 이전에 금리를 0.5%로 다시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이와증권의 도루도 "연말께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진정되면 일본은행이 12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난주 금리 결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대체로 긍정적으로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 사이클 자체는 아직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급격한 변동성은 진정됐지만, 일본은행의 정책 행보에 따라 언제든 시장이 다시 요동칠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셈이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