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비이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구세대 부자들의 은퇴로 앞으로 20년 안에 90조달러(약 12경3000조원)에 달하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富)가 대물림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밀레니얼세대로 대표되는 신세대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글로벌 부호 현황을 추적 조사하는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가 지난 2월 발표한 글로벌 부호 현황 보고서를 통해 내놓으면서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20년 동안 밀레니얼세대보다 앞선 세대에서 90조달러에 이르는 자사나이 밀레니얼세대로 이전되면서 밀레니얼세대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거머쥔 세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전세계 자산의 무게중심이 베이비붐세대에서 밀레니얼세대로 옮겨가는 사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베이비붐세대가 그동안 주도해왔던 글로벌 경제질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됨을 의미하는 것이란 점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한 주요 생명보험사가 나이트프랭크 보고서의 후속으로 최근 펴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가 당초 예상대로 큰 수혜를 입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노스웨스턴 뮤추얼 설문조사 결과 “베이비붐·X세대 22%만 부 대물림 계획”
1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이같은 지적은 미국 굴지의 생명보험사이자 자산운용사인 노스웨스턴 뮤추얼이 여론조사업체 해리스폴에 의뢰해 최근 미국 성인 4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나왔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산 이동이 예상되는 것은 여전히 맞지만 적어도 미국 사회의 경우 막상 부를 물려줄 세대 사이에서 무를 대물림해주겠다는 의향이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 참여한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에 속한 미국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향후 자산 운용 계획을 물은 결과 22% 정도만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에 속한 후손에게 부를 물려줄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에 속한 부호 5명 가운데 한명 꼴로만 이른바 MZ세대에 부를 대물림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거꾸로 앞선 세대로부터 자산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지를 물은 결과에서는 밀레니얼세대의 32%와 Z세대의 38%가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를 물려줄 세대와 물려받을 세대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셈이고 MZ세대 입장에서는 당초 기대한 것과 다르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밀레니얼세대의 실망감 커
포춘은 이 대목은 특히 밀레니얼세대 입장에서 가장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의 59%가 “부를 물려받는지 여부가 향후 인생을 사는데 매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며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한편, 부를 이전해줄 세대와 이전 받을 세대 사이에 이같은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와 관련해 포춘은 “기대수명이 그 어느 때보다 늘어난 점이 주요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노스웨스턴 뮤추얼 계열의 자산운용사 소조프라이빗웰스앤인슈어런스의 저스틴 닐 최고경영자(CEO)는 포춘과 인터뷰에서 “MZ세대에 앞선 구세대에 속한 자산가들의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이들이 유언장을 통해 유산을 넘겨주는 시점이 80대, 90대, 심지어 그 이상인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춘은 “사상 최대 규모인 90조달러의 부가 대물림될 것이라는 전망은 신세대의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하지만 기대만큼 그것이 현실화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