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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中 화웨이의 엔비디아 경쟁 칩 출시 예고에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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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中 화웨이의 엔비디아 경쟁 칩 출시 예고에 '화들짝'

최신 프로세서 어센드 910C 10월 양산, 엔비디아 H100에 비견돼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속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속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를 겨냥해 지난 5년 동안 지속해서 제재를 가했으나 화웨이가 중국 정부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급기야 인공지능(AI) 분야 선두 업체인 미국의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 있는 AI칩 출시를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에서는 대중 제재 무용론과 규제의 고삐를 더욱 바짝 좨야 한다는 강경 대응론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각) “화웨이의 반도체 칩 개발 능력이 진전을 보이면서 이 회사가 미국이 세운 장애물을 뛰어넘어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이 만든 칩의 대체재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WSJ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최신 프로세서인 '어센드 910C(중국명 성텅 910C)' 출시를 위해 중국 인터넷·통신회사들이 최근 몇 주간 테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 제품 성능이 엔비디아 H100 칩에 비견될 만하다고 주장한다.
엔비디아의 H100 칩은 A100 칩의 상위 제품이고, 현재까지 상용화된 AI 칩으로는 가장 최신 제품으로 꼽힌다. 화웨이가 지난 6월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채택한 '어센드 910C'를 오는 9월 출시할 것이라보도가 나왔었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바이두(百度), 차이나모바일 등이 이 제품 구매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오는 10월부터 어센드 910C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화웨이와 이들 잠재 고객사 간 초기 협상으로 볼 때 주문량은 7만 개가 넘고, 금액으로는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WSJ 등이 전했다.
미 상무부는 2019년 5월 국가안보 침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를 사실상 블랙리스트인 거래 제한 기업 명단(entity list)에 올렸다. 이 조처로 화웨이는 미 시장에서 5G망 구축 등 새 사업을 하기 어려워졌고, 미 기업과의 거래 제한으로 반도체 등 첨단 부품을 조달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정부 당국은 화웨이가 서방 공급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개발 체제를 갖추도록 총력 지원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추방하는 '미국 삭제(Delete America, 딜리트 A)' 전략에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가 구매 계약과 보조금을 통해 화웨이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했다고 WSJ가 전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8월자체 개발 칩을 넣은 고급 스마트폰을 출시해 서방 국가들을 놀라게 했고, 올해 2월에는 급기야 엔비디아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화웨이의 성장을 도왔다는 비판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의 칩 공급 공백을 자체 개발한 AI칩으로 대체할 수 있기에 이르렀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 방침에 따라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사양을 계속 낮춰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 추가 조처를 발표했다. 상무부는 이전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 조처 당시에 규정한 것보다 사양이 낮은 인공지능 칩수출을 금지했다. 미 상무부 조처로 엔비디아의 저사양 AI칩인 A800과 H800의 수출이 통제됐다. 이 칩은 엔비디아가 대중국 수출 통제를 피하려고 기존 A100 칩의 성능을 낮춘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이에 따라 중국 맞춤형 인공지능(AI) 반도체 H20을 출시했다.

반도체 컨설팅업체 세미어낼리시스(SemiAnalysis)는 화웨이가 내년에 910C를 130만~140만 개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중국 고객사들은 엔비디아의 H20이 화웨이의 최신 칩보다 더 나은지 확신하지 못해 H20 구매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세미어낼리시스는 올해 중국에서 H20 판매 물량이 100만 개가량 될 것이고, 금액으로 120억 달러(약 16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