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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 경제 전문가들, 트럼프 "대통령 연준 개입 강화" 발언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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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 경제 전문가들, 트럼프 "대통령 연준 개입 강화" 발언에 우려

오는 11월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오는 11월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차기 미국 대통령을 뽑는 오는 11월 선거는 미국 유권자뿐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중요한 이벤트다.

미국이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세계 최대 경제강국이자 패권국가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역대 미국 대선에서 이 기관만큼 좌불안석이 된 경우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통화정책을 관할하는 연방준비제도 얘기다.

뒤늦게 등판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향후 전개될 대결을 지켜봐야 하지만 그동안은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돼온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가 연준의 금리 결정 과정에 미국 대통령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최근 주장하고 나서면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통령을 한번 지낸 정치 지도자로서 연준 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금리 결정을 비롯한 통화정책 결정 과정은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행사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트럼프가 이같은 주장을 굳이 하고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그 자체로도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것일뿐 아니라 그 자신이 대통령 재임 시절 연준 책임자인 제롬 파월을 지명한 장본인이란 점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 연준 독립성 확보의 역사


13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연준이 출범 때부터 독립적인 기관은 아니었다.

연준은 ‘연방준비제도법’이라는 법률이 지난 1913년 제정되면서 탄생했는데 당시에는 연준 이사회에 재무부 장관과 행정부 소속의 통화담당 감사관이 당연직 멤버로 참여했을뿐 아니라 연준 회의도 재무부 장관이 주재했다. 애초에는 연방 정부에서 독립된 기관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지난 1935년 연방준비제도법이 개정되면서 재무부 장관과 통화담당 감사관이 이사진에서 빠졌음에도 연준에 대한 미 연방정부의 영향력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란 비상 상황이 벌어지면서 중앙은행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했던 미국 연방정부가 연준을 그냥 놔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끝없이 이어지던 연준과 재무부 사이의 갈등은 지난 1951년 3월 연준과 재무부가 상대 기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면서 진정됐고 연준 입장에서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연방정부의 개입을 배제하고 고유의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관할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 경제학자들의 우려 목소리


그러나 포춘에 따르면 트럼프의 주장과는 다르게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연준의 금리 정책 결정 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금융서비스업체 해스파이낸셜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포춘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는 마치 미국 대통령에게 연준의 통화정책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연준 의장은 물론이고 연준 이사들을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미 상원의 비준을 거쳐야 하지만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연준의 통화정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한 구조였고 실제로 그래왔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복수의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트럼프의 발언은 그동안 연준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이끌어온 시스템에도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보일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 질서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목소리가 연준의 의사 결정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게 되면 연준이 정치 논리에 직접 휘둘리면서 어느 정당이 지명하는 의장이 선출되는 관계없이 완전고용과 인플레이션 관리라는 연준의 양대 설립 목적을 실현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로버트 바바라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 그의 주장대로 대통령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면 “미국의 금융통화 정책이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남용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관리의 경우 수십년에 걸친 장기적인 안목에서 연준이 접근하는 중요한 국가 사안인데 4년마다 바뀌는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인플레이션 정책이 달라지면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받는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관리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라이언 샤라워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경제성장을 단기간에 도모하려는 경향이 강할 수 밖에 없는데 연준이 대통령의 입김에 휘둘리게 되면 연준의 의사결정도 단기적인 목표에 따라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