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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전문가들 “증시 변동성 장세 안 끝나...‘꼬리 위험’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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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전문가들 “증시 변동성 장세 안 끝나...‘꼬리 위험’에 대비해야”

2024년 8월 14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8월 14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주 패닉 매도세를 보이며 폭락했던 전 세계 주식 시장이 빠르게 회복했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성 장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중론을 피력했다.

월초 발표된 미국의 고용 지표 부진으로 촉발된 경기침체 우려 속에 그동안 광범위하게 확산했던 ‘엔 캐리 거래’ 청산이 본격화하자 지난주 전 세계 금융시장은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연출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전 세계 증시가 반등하면서 주가 하락과 변동성 확대 및 헤지펀드 매도세로 이어진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졌지만, 수천억 달러의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주식 매수보다는 매도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이미 투자자들은 주식 포지션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등 신중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약 1700억 달러의 고객 자금을 관리하는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멀티에셋 책임자인 마이클 켈리는 주식 시장 포지션을 줄였고 앞으로 더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두 달 동안 시장 변동성이 ‘매우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 달로 예상되는 미국의 첫 번째 금리 인하가 경제를 살리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엔 캐리 청산 물결 이어질까


로이터는 부진한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와 일본은행(BOJ)의 충격적인 금리 인상이 변동성 및 추세를 추종하는 헤지펀드들의 포지션 청산을 자극하고 불안한 투자자들을 국채 거래로 내몰면서 지난주 글로벌 증시 폭락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초저금리인 일본 엔화로 자금을 빌려 미국 기술주를 비롯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캐리 거래 청산이 급증했음은 물론이다.

JP모건체이스는 이러한 캐리 거래의 약 70%가 현재 정리된 것으로 추정했지만, 시장에서는 엔 캐리 거래의 규모와 흐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부국장이자 유럽 최대 펀드 운용사인 아문디의 리서치 부문 글로벌 매크로 책임자인 마흐무드 프라단은 추가적인 엔 캐리 거래 청산 가능성으로 투자자들이 상당히 위험 회피적인 성향이 됐다고 지적했다.

UBS의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 게리 파울러는 헤지펀드들의 매도는 끝났을 가능성이 크지만, 움직임이 느린 주요 투자 매니저들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데 4~6주가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꼬리 위험’에 대비해야

도이체방크의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크리스티안 놀팅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계절성과 시장 변화로 인해 변동성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꼬리 위험(tail-risk)’을 헤지할 것을 권고했다.

‘꼬리 위험’이란 발생 확률은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놀팅은 ”전쟁 불안 등 지정학적 위험 외에도 에너지 시장, 여러 국가의 재정 악화, 채권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 등을 주시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및 성장 위험과 같은 거시적 위험도 여전히 유의하고 있으며, 항상 가장 큰 꼬리 위험은 투자자들이 대비하지 않는 위험“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주로 예정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례 중앙은행 콘퍼런스 연설과 오는 28일로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향후 시장 변동성을 촉발할 또 다른 주요 이벤트다.

9월 초 발표될 미국의 8월 고용보고서가 또 한 차례 부진하게 나오면 시장 변동성은 한층 커질 수 있다.

월가 ‘공포지수’로 더 잘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5일 한때 65.73까지 치솟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폭락 당시인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VIX는 이후 빠르게 상승 폭을 내주며 15일 거래에서는 전일 대비 5.93% 하락한 15.23까지 내려앉았다.

그렇지만 시장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변동성 지수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인 VVIX는 이날 100 이상에서 거래되며 급격한 변동성 장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VVIX는 통상적으로 VIX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될 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씨티그룹의 주식 거래 전략 책임자인 스튜어트 카이저는 "VVIX가 10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볼 때까지는 계속 주시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현시점에서 핵심 지표”라고 강조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