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과 같은 정치 이벤트 베팅 마켓이 선거전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연방정부 규제 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민주당의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오리건) 등이 대선 결과 베팅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FTC는 2년 전부터 미국의 대표적인 선거 베팅 사이트 프리딕트잇(PredictIt)을 규제하려 했으나 이 업체가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CFTC는 연방정부의 파생상품 규제 기관이다. 미 상원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CFTC에 선거, 스포츠 경기 결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사건 등에 대한 베팅 규정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규정이 마련되면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주목받는 폴리마켓 등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암호화폐와 핀테크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로스틴 베넴 CFTC 위원장은 올봄 발표한 성명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이 궁극적으로 민주적인 선출 절차에 참여하는 미국인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상업화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CFTC는 이달 말까지 선거 베팅 금지에 관한 의견 수렴을 마칠 계획이다. WP는 선거 등 이벤트 베팅 업계와 베팅 참가자, 학계 등이 베팅 규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는 거대한 시장을 죽이면 안 된다는 입장이고, 학계는 연구 목적으로 이런 베팅을 참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영리 매체인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지난 1866년 이후 미국 대선에서 배당률에서 우위를 차지한 후보가 패배한 적은 두 차례뿐이다. 한 번은 1948년 대선에서 해리 트루먼 민주당 후보가 8대1의 배당률을 뒤집고 토머스 듀이 공화당 후보를 이긴 것이고, 또 다른 한 번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으면서 7대2의 배당률을 뒤집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그해 5월부터 11월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베팅률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당선됐다.
탈중앙화 예측 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주부터 트럼프를 앞서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 12일 해리스의 당선 확률은 52%로 높아졌고,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7월 중순 70%에서 46%로 떨어졌다. 현재 미국 선거 결과에 대한 폴리마켓 거래량은 5억7200만 달러에 달한다. 폴리마켓의 누적 거래량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폴리마켓의 누적 거래량은 6월에 6억6300만 달러였고, 7월에는 약 58% 급증해 10억500만 달러에 이르렀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