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반도체는 아니지만 기술이 성숙도에 접어들어 양산이 이뤄지는 단계의 반도체를 가리키는 이른바 레거시 반도체(legacy chip) 시장을 중국이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규제가 외려 부작용을 부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40% 장악
23일(현지시각)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로디움 그룹은 중국이 오는 2027년 전 세계 레거시 반도체 생산의 약 40%를 장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 생산 설비를 무서운 속도로 증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 싱크탱크 실버라도 폴리시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 3년 동안 다른 반도체 생산 국가들의 설비 확장 합계보다 3배 많은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버라도 최고경영자(CEO) 새라 스튜어트는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하고 있는 것은 이미 수많은 다른 산업분야에서 중국이 했던 것과 같다"고 말했다.
스튜어트는 "중국은 이 레거시 반도체 부문에...저금리 대출과 모든 종류의 보조금 등 다른 어떤 나라도 하지 않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반도체 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능력 확장이 중국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 기간 중국의 반도체 웨이퍼 월 생산량은 440만개 증가하는 반면 다른 나라들의 월 생산량은 430만개 늘어 중국 생산량 증가폭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태양광·철강산업 전철 밟나
중국이 무섭게 반도체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생산을 늘리면서 반도체 산업도 태양광, 철강산업처럼 중국이 과잉설비로 가격을 붕괴시켜 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반도체 가격 하강 압력은 고조되고 있다.
실버라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2022~2023년 외국 경쟁사들보다 20~30%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특히 2022년에는 반도체 부족 속에 반도체 가격이 고공행진을 했지만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할인에 나섰다.
컨설팅 업체 JW 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산 반도체는 대부분 국내 시장에서 소진되고 있지만 SMIC, 화홍, 넥스칩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글로벌파운드리스, 삼성전자 등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로디움 그룹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레거시 반도체 생산의 약 3분의 1을 담당했다. 2015년에 비해 배 가까이 생산 점유율이 높아졌다.
2027년이 되면 중국 레거시 반도체 생산은 전 세계 레거시 반도체 생산의 39%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레거시 반도체, 여전히 주력
첨단 반도체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는 있지만 레거시 반도체는 여전히 산업의 쌀 역할을 하고 있다.
실버라도에 따르면 일례로 스마트폰 한 대에는 반도체 160~170개가 들어가지만 이 가운데 첨단 반도체는 고작 3개에 불과하다.
GPS, 와이파이, 배터리 수명, 카메라 제어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반도체는 모두 레거시 반도체다.
실버라도의 스튜어트는 기초 반도체인 레거시 반도체 없이 작동할 수 있는 첨단 반도체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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