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그동안 예고해온 외국인 대상의 새로운 출입국 제도가 오는 11월부터 마침내 시행에 들어가게 되면서 유로존 내 공항을 비롯한 국경의 입국 절차가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여권 도장 찍는 시대 막 내린다…솅겐협약 가입국 대상
1일 CNN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1월 10일부터 ‘디지털 국경 입출국 시스템(EES)’라는 이름의 새로운 출입국 제도를 EU 회원국이 아닌 나라에서 오는 단기 체류 목적을 가진 여행자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EES는 솅겐 비자, 즉 솅겐협약에 가입한 27개 유럽 국가 전역을 여행할 수 있는 단기 체류 비자를 소지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미국을 포함한 60개 국가의 시민은 솅겐 지역에 입국하기 위해 솅겐 비자가 필요하지 않지만 그 외 나라의 시민은 솅겐 비자가 필요하다.
EU가 기존 입국 제도를 EES로 전환하는 가장 큰 목적은 솅겐 비자를 소지한 비EU 국가의 여행객이 솅겐협약 가입국에 도착한 뒤 입국 심사를 받는 절차를 자동화 해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데 있다.
ESS를 통한 출입국이 종전보다 간편한 이유는 솅겐협약 가입국의 공항, 항구, 국경 검문소에 설치된 여권 판독기를 통해 사에 자동화된 시TM템을 통해 여권에 일일이 도장을 찍는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EU 집행위는 ESS를 통해 입국 심사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EES와 ETIAS의 관계
CNN에 따르면 EES는 내년 상반기 중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여행정보인증제도(ETIAS)'와는 다르다.
ETIAS는 EU가 주도하는 사증 면제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솅겐협약 가입국을 포함한 유로존 30개국에 비자 없이 입국하려는 외국인을 위한 전자여행 허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단기 체류용인 ETIAS가 도입되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사전에 온라인으로 입국 허가를 받는 절차가 필요하고 7유로(약 1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온라인으로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미국을 비롯해 한국, 영국 등 EU 회원국과 비자 면제 협정이 체결돼 있는 60여개국 국민이다.
다만 EES와 ETIAS의 잇단 도입으로 EU의 출입국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전자화되면서 출입국 때 필요한 여권 도장 날인이 폐지된다는 점에서는 서로 연관돼 있다.
◇과도한 관료주의라는 지적도
그러나 EES 도입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EU 국가들이 각국의 국경 관리시스템을 중앙 EES 시스템과 통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기간 동안 외국인들의 입국 지연 사태를 우려해 올림픽 이후로 EES 도입을 연기해줄 것을 EU 집행위에 요청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EES와 ETIAS를 도입하는 것은 과도한 관료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든 비EU 회원국 여행자들에게 종전보다 자세한 개인 정보를 등록하게 함으로써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비롯한 보안 위협을 미리 차단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 기대되는 순기능이지만 합법적인 여행자들에게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