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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업계, 물량 공세로 글로벌 시장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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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업계, 물량 공세로 글로벌 시장 '긴장'

“글로벌 규제 압박 속 혁신과 가격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성과”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8월 판매량 급증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수출 증가 계속.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전기차 수출 증가 계속. 사진=로이터

리 오토, 니오, 엑스펑, BYD 등 주요 업체들의 8월 인도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현지시각) 배런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특히 리 오토는 38% 증가한 4만8122대를, BYD는 35% 증가한 37만84대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는 중국 전기차 업계가 내수시장 포화에 대응해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해외시장 공략이 성공하는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 혁신이 있다. 중국 업체들은 대규모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한 원가 절감으로 글로벌 경쟁사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배터리 기술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빠르게 격차를 좁히며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중국 전기차의 품질과 성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유럽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수출 증가세가 미국과 유럽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여러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규제 조치의 실질적 이행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나 유럽의 보조금 조사는 아직 구체화 단계에 이르지 않았으며, 실제 시행까지는 법적 절차와 정책 조율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 중국 업체들은 규제 시행 전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리고 공격적 수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월 중국의 신에너지차 수출량은 전년 동월 대비 약 40% 증가한 9.1만 대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의 강세가 2024년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별 기업의 실적도 주목할 만하다. BYD는 2024년 1월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33% 증가한 20.1만 대를 기록했으며, 이 중 해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테슬라의 중국 경쟁자로 주목받는 니오는 2024년 1월 글로벌 인도량이 전년 동월 대비 18.2% 증가한 1.8만 대를 기록했으며, 특히 유럽 시장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샤오펑(XPeng)의 경우, 2024년 1월 인도량이 전년 동월 대비 58% 증가한 8996대를 기록했으며, 해외시장 진출을 더욱 가속하고 있다.

이러한 최신 데이터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예상되는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격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는 규제 시행 전 시장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해석된다.

또한, 중국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워낙 높아 일정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남을 수 있다. 특히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가성비 선호 현상이 강화되자 중국 제품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BYD의 중형 세단 실(Seal)은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3보다 약 25%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 가격 차이는 10~15%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경제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소비자 행동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초까지 유럽 소비자들의 ‘가성비’ 중시 경향이 강화됐으며, 이는 중국산 전기차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2024년 1분기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국가일수록 중국산 전기차의 판매 증가율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튀르키예에서 2024년 초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이는 경제적 압박을 받는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 민감해지면서 중국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을 잘 보여준다.

기술력 면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배터리 수명, 충전 속도, 자율주행 기능 등에서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어 단순히 저가 제품이 아닌 고성능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규제로 인한 단기적 불이익을 상쇄할 만한 장기적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 기업들은 유럽 등지에 현지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전략을 통해 직접적인 수출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일자리 창출과 기술이전 효과를 부각해 규제 당국을 설득하는 한편,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24년 2월, BYD는 헝가리에 연간 2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공장 건설을 본격화했다. 이 공장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완공 시 약 1200개의 일자리를 직접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BYD는 ‘유럽에서 유럽인을 위한 생산’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현지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니오는 2024년 1분기에 헝가리 공장의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했다. 이 공장은 니오의 유럽 전략의 핵심으로, 배터리 팩 생산과 차량 조립을 담당하고 있다.

지리 그룹도 2024년 3월 스웨덴 볼보 공장을 활용해 자사 브랜드인 지크의 유럽형 모델 생산을 시작했다. 기존 유럽 브랜드와 협력으로 현지 생산을 실현한 사례로, 기술 이전과 일자리 유지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생산 전략은 실제로 규제 당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예를 들면, 헝가리 정부는 BYD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며, 경제적 효과와 기술 혁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의 2024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의 유럽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p 증가한 8%를 기록했다. 이는 현지 생산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과 빠른 시장 대응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전기차 시장 자체의 급격한 성장세도 중요한 요인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논란 속에서도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와 소비자 인식 변화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 물량 공세는 시장의 수요-공급 갭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규제 당국의 강경한 조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수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각국의 규제가 구체화하고 실행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 중국 업체들의 대응 전략과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해외 진출 확대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지형을 크게 변화시킬 전망이다. 특히 신흥국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산업구조 변화에 주목하며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실적과 해외 진출 전략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각국 규제 동향과 무역 갈등 심화 가능성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도전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이는 산업 경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와 기술 패권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