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국민의 벌이가 늘었음에도 빈곤율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인구조사국은 이날 펴낸 ‘2023년 미국의 빈곤 현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미국의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질 빈곤율 역시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 美 실질 중위가구 소득,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
보고서는 “실질 중위가구 소득이 증가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이는 근로활동을 하는 미국인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NYT는 “미국 가계소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전 상황으로 회복됐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백인계 미국 가구의 실질 중위소득은 5.4% 증가했으나 흑인계 가구는 2.8% 늘어나는데 그쳤고 아시아계와 히스패닉계 가구의 경우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었다.
또 남성의 중위 소득 대비 여성의 중위 소득 비율은 지난 2022년 84%에서 지난해 82.7%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녀 간 소득 격차가 늘어났다는 의미로 지난 200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역대급 고물가에 실질 빈곤율은 증가
그러나 보고서는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가계 소득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나 역대급 고물가의 여파로 실제 구매력과 직결된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지는 결과까지 낳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빈곤 문제를 해소하기보다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세전 소득을 주된 기준으로 집계하는 공식 빈곤율은 지난해 11.1%를 기록해 전년 대비 0.4%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 경제지표들을 아울러 반영한 실질 빈곤율. 보고서는 “실질 빈곤율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22년 12.4%였던 것이 지난해 12.9%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USA투데이는 “빈곤율 집계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라면서 “인구조사국의 이번 발표 내용은 미국의 가계 소득은 올랐음에도 실질적인 빈곤은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USA투데이는 “이는 인플레로 돈의 값어치가 줄어들면서 대부분의 미국 가구들이 월세, 자녀 양육, 의료비 등 필수적인 지출을 감당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NYT도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미국 정부가 역대급 긴급 재정을 투입하면서 빈곤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역대급 고물가 국면이 펼쳐지면서 이 효과를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