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11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식 통계에서 감지된 고물가 둔화세가 바로 체감물가의 하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둔화세 뚜렷한 식료품 물가와 둔화세 약한 외식 물가
야후파이낸스는 BLS가 발표한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추이는 미국 경제를 위해 좋은 신호로 풀이되지만 가계 지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 가운데 하나인 식료품 가격의 추이를 근거로 고물가 국면이 끝났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12일 지적했다.
BLS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1% 오른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 둔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전달에 비하면 0.1% 상승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야후파이낸스는 집에서 만들어 먹기 위해 구매하는 식료품의 가격과 밖에 나가서 먹는 식사비의 추이를 비교하면 사정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전자의 경우 지난해 동기 대비 0.9% 오르는 데 그쳤고 지난 7월에 비하면 횡보를 보였다. 반면에 지난달 기준 외식비는 전년 동기 대비 4%, 전달 대비로는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스티브 리드 BLS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야후파이낸스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달 기준 식료품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2.1% 오른 것은 지난 2021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이라면서 “특히 집에서 먹는 식료품 물가는 확실히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리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밖에서 지출하는 식비는 상대적으로 더딘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이른바 ‘욕조 효과(bathtub effect)’처럼 공식 물가가 둔화됐다고 해서 체감물가도 둔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욕조 효과'란, 욕조의 꼭지를 잠그더라도 욕조 바닥의 물이 완전히 빠지는 데에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어떤 문제점이 사라지는 단계로 접어들면 그 자체를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지만 문제점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이론이다.
◇ ‘둔화 국면’과 ‘국면 종료’의 차이
미국의 개인금융 컨설팅업체 뱅크레이트에서도 같은 맥락의 진단을 내놨다.
그레그 맥브라이드 뱅크레이트 선임 애널리스트는 노동부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뒤 펴낸 보고서에서 “실물 경제의 여파를 직접 느끼는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고물가와 고물가가 진정되고 있는 것의 차이를 잘 안다”면서 “인플레가 둔화하고 있다는 것은 고물가 추세가 진정됐다는 뜻이지 고물가 국면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맥브라이드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기준 CPI 상승률이 2.5%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1년 2월 이후 최저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현재 미국의 물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여파로 지난 2020년 2월부터 가시화된 경기 침체 시기와 비교하면 21.2%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특히 당시 물가와 BLS가 물가 조사 대상으로 삼는 400개 품목의 물가 추이를 비교하면 400개 품목 가운데 불과 6% 정도만 물가가 내려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또 지난해 8월과 올해 8월을 비교했을 때 BLS의 조사 대상 400개 품목 가운데 물가가 오른 품목이 64%를 차지해 내린 것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년 동기 대비 물가가 오른 품목들 가운데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계란으로, 무려 28.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