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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인플레 둔화에도 연준 금리 인하 속도 완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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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인플레 둔화에도 연준 금리 인하 속도 완만할 것"

인플레이션 해결 과제 남아 있어 신중한 태도 예상
중국 추가 금리 인하...일본 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

피치 로고. 사진=로이터
피치 로고. 사진=로이터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9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그 속도는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어 연준의 신중한 태도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각)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피치는 9월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연준이 9월과 12월에 각각 25bp(1bp=0.01%)씩 금리를 인하한 후 2025년 125bp, 2026년 75bp 추가 인하를 예상했다. 이는 25개월 동안 총 250bp 인하를 의미하며, 과거 연준의 완화 주기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느린 속도다. 1950년대 중반까지 연준의 평균 금리 인하 폭은 470bp였고, 기간은 8개월에 불과했다.
피치 보고서는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하는 주된 이유는 인플레이션 해결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2%로 3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특히 핵심 CPI 상승률 둔화는 자동차 가격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피치는 "지난 3년 반 동안 연준이 직면한 인플레이션 과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 사이에서도 신중함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고,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이해에 대한 격차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피치는 아시아 지역의 경우 중국은 추가 금리 인하, 일본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중국은 7월 인민은행이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 중국 내 디플레이션 압력 심화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피치는 "생산자 가격, 수출 가격, 주택 가격이 모두 하락하고 채권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며 "핵심 CPI 상승률은 0.3%까지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2024년 인플레이션율 전망치를 기존 0.8%에서 0.5%로 하향 조정하고, 2024년 10bp, 2025년 20bp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반면 일본은행(BOJ)은 세계적인 완화 흐름에 역행하며 예상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피치는 "일본의 리플레이션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며 "핵심 인플레이션이 23개월 연속 BOJ 목표치를 상회하고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BOJ가 목표로 하는 '선순환적 임금-물가 순환'에 부합하며, BOJ의 금리 인상 자신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피치는 BOJ 기준금리가 2024년 말 0.5%, 2025년 말 0.7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2026년 말까지 1%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BOJ의 강경한 태도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피치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서로 다른 통화정책 방향을 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는 예상보다 느릴 가능성이 높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번 피치 보고서는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한국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들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자국의 경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