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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유럽 전기차 시장 1위 자리 BMW에 빼앗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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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유럽 전기차 시장 1위 자리 BMW에 빼앗겨

지난 7월 기준 유럽의 주요 브랜드별 전기차 판매량 현황. 사진=자토 다이내믹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7월 기준 유럽의 주요 브랜드별 전기차 판매량 현황. 사진=자토 다이내믹스

일론 머스크의 좌충우돌식 광폭 행보로 인한 경영 리스크가 미국 전기차 시장뿐 아니라 유로존 전기차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가 지난달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1위 자리를 독일 BMW에 내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은 테슬라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BMW에 밀린 것은 테슬라 입장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는 문제로 그칠 사안이 아니라 유로존 시장에 대한 테슬라의 지배력이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뒷받침하는 신호라고 14일(현지시각) 진단했다.

◇ 테슬라, 유럽 전기차 시장 1위 자리 빼앗겨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브랜드는 BMW인 것으로 나타났다.

BMW는 1만4869대를 팔아 1만4561대를 판매한 테슬라를 제치고 유럽 전기차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BMW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나 증가한 반면에 테슬라는 전년 동기 대비 16%나 감소해 2위로 밀려났다. 이밖에 폭스바겐이 1만2213대로 3위, 볼보가 1만533대로 4위, 아우디가 8618대로 5위를 각각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 증가율로 보면 볼보가 5.5%를 기록해 으뜸을 차지했고 BMW가 3.2%,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가 1.4%, BMW 계열 브랜드인 미니가 1.3%, 푸조가 1.0%로 그 뒤를 이은 가운데 테슬라는 마이너스 1.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 지난달 실적도 다르지 않아


그러나 포춘은 테슬라의 추락세는 7월로 그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자동차공업협회(CCFA)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테슬라가 지난달 기록한 판매량은 지난해 8월에 비해 반 토막이 났고 독일 연방도로교통청(FBA)에 따르면 테슬라는 독일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2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로존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에 속한다.

테슬라가 유럽 시장에서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신차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포춘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수입 장벽을 높인 것에 대응해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3에서 생산하는 유럽향 모델3의 가격을 인상한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지만 더 큰 요인은 테슬라는 오랜 기간 새로운 모델을 내놓지 않고 있는 반면에 테슬라의 경쟁사들은 앞다퉈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소비자들에 대한 소구력을 테슬라가 상실한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유럽에 흔한 좁은 도로에 적합한 소형 전기차를 테슬라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테슬라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외부적인 요인 못잖게 테슬라 스스로의 실책이 크다는 얘기다.

◇ 지난달 기록적인 전기차 판매량 기록한 영국 사례가 시사하는 바


포춘은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전기차를 테슬라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과 아울러 머스크 CEO의 개인적인 행보도 유럽 소비자들이 테슬라에 등을 돌리도록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춘은 비근한 근거로 테슬라가 지난달 영국에서 판매한 전기차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5%나 급감한 사실을 꼽았다.

영국에서는 보수당 정권이 무너지고 노동당 정권으로 교체된 뒤 최근 들어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폭동 사태가 벌어지면서 키어 스타머 총리가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으나 머스크가 “영국에서 내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등 이 문제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고 영국 총리실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하면서 머스크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포춘은 “영국에서 테슬라의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 머스크의 발언 때문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영국 시장 자체의 요인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포춘은 “오히려 지난달 영국의 전기차 시장은 신차 등록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1%나 증가하는 등 유럽의 다른 시장과는 다르게 지난 2022년 12월 이후 가장 큰 호황을 눈린 상황”이라면서 “이처럼 좋은 조건에서 테슬라의 실적만 유독 곤두박질 친 것은 머스크발 리스크를 빼놓고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