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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올트먼, 오픈AI ‘지배구조 변경’에 팔 걷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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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올트먼, 오픈AI ‘지배구조 변경’에 팔 걷은 이유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로이터

세계 1위 생성형 인공지능(AI) 전문기업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현재 800억 달러(약 106조6000억 원) 수준인 오픈AI의 시가총액을 1500억 달러(약 199조8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리는 야심찬 행보에 나섰다.

비영리 기업체로 운영되고 있는 오픈AI의 현행 기업 지배구조를 여느 기업들처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변경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11월 CEO 자리에서 쫓겨나는 사태를 겪은 올트먼이 CEO 자리를 앞으로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비영리 기업으로 출발한 오픈AI

오픈AI를 영리 기업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진작부터 논란이 돼 왔다.

지난 2015년 오픈AI를 창업할 때 공동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오픈AI와 손절한 이유로 내세운 것이 오픈AI가 창업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비근한 예로 오픈AI의 대항마로 xAI라는 AI 스타트업을 따로 차린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 설립에 참여할 당시 비영리 단체를 세운다고 생각해 투자했지만 올트먼을 비롯한 공동창업자들이 영리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속였다며 지난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머스크는 “우리가 오픈AI를 만든 것은 인류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AI 기술 개발 전문 연구소를 만들자는 차원이었다”면서 “여기서 개발된 AI 기술을 공개해 전 세계와 공유하고자 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트먼 CEO는 오픈AI의 지배구조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변경하는 방안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관측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오픈AI는 15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전제로 65억 달러(약 8조70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오픈AI가 추가 펀딩에 나섰다는 보도는 앞서 있었으나 협상 과정에서 거론된 기업가치는 1000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었다. 그러나 새로운 보도에 따르면 이보다 많은 15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는 것을 전제로 투자 유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 예비 투자자들 “오픈AI에 대한 신규 투자, 지배구조 변경 여부에 달려”


하지만 오픈AI가 과연 15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느냐 여부는 오픈AI의 기업 지배구조 변경 여부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오픈AI와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투자자 측의 말을 인용해 “오픈AI의 예비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 수익에 상한선이 없도록 오픈AI가 지배구조를 영리 기업으로 변경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픈AI가 영리 기업으로 지배구조를 고치는 것을 전제로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는 얘기다.

이 협상은 벤처 캐피널업체 오픈AI의 첫 기관투자자로 알려진 코슬라 벤처스과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스라이브 캐피털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엔비디아 등이 가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은 “올트먼 CEO가 최근 열린 전직원 회의에서 오픈AI를 일반적인 영리 기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내년 중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추가 펀딩 협상과 연결돼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올트먼은 이 자리에서 “비영리 부문이 영리 부문을 지배하는 오픈AI의 독특하고 복잡한 지배구조에도 오픈AI는 커다란 성과를 이뤄냈다”면서 “그러나 MS를 비롯한 기존 투자자들이 오픈AI에 막대한 자금을 댄 것은 영리 부문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제에 ‘영리’도 ‘비영리’도 아닌 애매한 오픈AI의 지배구조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올트먼의 시각인 셈이다.

◇ ‘영리’도 ‘비영리’도 아닌 애매한 오픈AI의 지배구조


오픈AI가 지난 2015년 출범했을 때는 비영리 조직에 가까웠다. 머스크의 주장대로 당시 공동투자자들은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AI를 개발한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AI 기술 개발에 실제로 나서면서 오픈AI는 바로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다. AI 기술 개발의 핵심인 대용량 언어모델(LLM)을 훈련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데 자금난에 부딪친 것.

결국 오픈AI는 올트먼의 주도로 지난 2019년 ‘오픈AI GP’라는 영리 사업체를 계열사로 신설해 자금 유치에 나설 수 있었다.

다만 오픈AI는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 기업으로 완전히 변신한 것은 아니었다. 영리 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당초 기업 비전을 고려해 이익을 창출하는데 상한선을 뒀기 때문이다. 상한선을 넘는 이익은 비영리 사업체인 모회사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올트먼은 이처럼 아직도 애매한 지배구조를 더 손질해 투자자들의 투자를 원활히 받을 수 있는 영리 기업에 더 가까운 방향으로 오픈AI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비영리 지배구조를 전제로 운영되는 오픈AI 이사회가 오픈AI GP를 통한 영리 활동에 간섭할 수 없도록 구조를 손질하는 방안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오픈AI를 상장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불가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IT 매체 테크진은 “오픈AI를 상장하는 방안은 올트먼이 지배구조가 바뀐 오픈AI의 대주주로 등극하는 시나리오”라면서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과거처럼 오픈AI 이사회 때문에 CEO를 비롯한 최고 임원들이 불시에 쫓겨나는 일도 없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