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는 관광 대국을 자처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점점 곯아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23일 닛케이아시아는 일본 자국민들의 관광 소비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가 항공사들의 숫자가 늘어나며 2019년 해외로 떠난 일본 여행객들은 처음으로 2000만 명을 넘어섰지만, 그에 반해 여권 소지율은 그해 23.8%에서 2023년 17%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8년 일본 내각 조사에 따르면 13~29세 응답자의 53%가 해외 유학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포함한 유럽, 북미 국가들의 비율은 약 20%에서 30% 이상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대부분의 영어권 국가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갭이어를 갖고 젊은 층들의 해외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여행이 거품경제 시절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던 여가 활동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격세지감인 셈이다. 일본 생산성 센터에서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인들의 여가 활동 중 국내 여행이 참여율 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해외여행 이외에도 여가 옵션이 다양해졌고, 일본 여행 업계가 단체 여행에서 벗어나 개별 여행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탓도 크다.
더욱이 엔화 약세와 인바운드 관광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여행 비용 상승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 여행객들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직장에서 휴가를 얻기 어렵다는 점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긴 휴가가 일반적인 유럽 등 서구 국가의 환경과는 대조적이다.
요시하루 호시노 호시노 리조트 최고경영자(CEO)는 “휴가가 더 고르게 분산되면 여행객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관광 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보수적인 일본 사회의 저항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정부관광국 관계자는 일본인의 해외여행 부진이 “결국 일본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 항공사들은 운임 수익 증가와 같은 혜택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성향을 피하려고 승객의 상호 증가가 예상되는 국가의 항공편 수를 늘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 정부가 여권 수수료를 부담하고, 상급생의 통과의례인 수학여행을 해외로 떠날 수 있도록 공립학교의 수학여행 경비 한도를 높이는 등 청소년 여행을 장려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쿄 리서치 업체 시부야109연구소가 15~24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젊은 층들이 해외로 떠나고 싶지 않은 세 가지 이유로 돈, 안전, 언어 능력을 꼽았다. 비용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인프라 부족도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일본여행업협회 다카하시 히로유키 회장은 젊은 층의 해외여행 경험 감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해외 경험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인간관계, 그리고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일본은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