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1위 업체인 퀄컴이 세계 1위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업체인 인텔을 인수할 뜻을 내비치면서 전세계 반도체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울러 퀄컴의 인텔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수가 성사되면 모바일 칩 시장과 컴퓨터 칩 시장의 선두주자들끼리 합치는 이례적인 경우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 JP모건 “전략적 관점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
퀄컴은 최근 영국 유력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인텔 측이 반대할 경우에는 인수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금융매체 더플라이에 따르면 미국 월가 대표 투자은행인 JP모건은 퀄컴의 인수 시도는 전략적으로 충분히 말이 되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JP모건 사믹 채터지 IT 전문 애널리스트는 지난 20일 펴낸 투자노트에서 “세계 1위인 인텔의 PC 칩 사업 부문과 데이터센터 칩 사업 부문을 삼키는데 초점을 둔다면 전략적으로 가치가 있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퀄컴이 인텔에 대한 인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전략적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시도라는 얘기고 그런 측면에서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전망인 셈이다.
◇ 야후파이낸스 “버거운 시도 될 가능성”
그러나 야후파이낸스는 버거운 시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야후파이낸스는 그 근거로 퀄컴이 생각하고 있는 인텔 인수 가격은 인텔 시가총액과 비슷한 900억 달러(약 120조3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퀄컴의 현금 보유고가 130억 달러(약 17조400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여기에다 인텔이 현재 떠안고 있는 차입금도 190억 달러(약 25조4000억 원)나 된다는 점도 성사 가능성을 높이지 못하게 하는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또 매출총이익이 전체 매출 대비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지표인 매출총이익률, 즉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아 번 돈 가운데 원가만 빼고 남은 돈을 기준으로 봐도 난망해 보인다는 것이 야후파이낸스의 지적이다.
야후파이낸스는 “퀄컴의 매출총이익률은 76%에 달하는 반면에 인텔은 35%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인수를 할 경우 적어도 계산기 상으로는 남는 장사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퀄컴이 인텔을 인수하는 즉시 퀄컴의 매출총이익률이 급락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야후파이낸스는 “이처럼 재무적인 관점에서는 회의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퀄컴이 어떻게 합병 이후 대처하느냐에 따라서는 시너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JP모건에서 지적한 것처럼 합병 이후 사업을 전략적으로 잘 운용한다면 합병이 남는 장사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야후파이낸스는 퀄컴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전략적 과제로 사업의 다각화를 꼽았다.
현재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퀄컴을 스마트폰 칩을 만드는 기업으로만 인식하고 있는데 이같은 인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퀄컴이 칩 사업에서 올리는 매출은 약 70%가 스마트폰용 칩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최근 7년 간 사물인터넷(IoT)용 칩과 차량용 칩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다각화를 시도했으나 스마트폰용 칩에 대한 절대적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