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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美 연준 '빅컷'에도 강세 주춤...전문가들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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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美 연준 '빅컷'에도 강세 주춤...전문가들 "잔치는 끝났다"

2024년 9월 19일 일본 도쿄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일본 엔화 환율을 표시한 전자 게시판 앞을 보행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9월 19일 일본 도쿄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일본 엔화 환율을 표시한 전자 게시판 앞을 보행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50bp 금리 인하)’ 단행에도 불구하고 일본 엔화의 랠리에 제동이 걸리면서 시장이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엔화의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은 제한적 이라는 분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44% 하락하며 100.49까지 떨어져 2주 만에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로 위안화가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한국 원화도 달러 대비 다시 강세로 돌아서는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도 일제히 상승했다.

그렇지만 엔화만은 달러 대비 0.13% 하락하면서 달러/엔 환율은 대체로 143엔대를 중심으로 횡보했다.
지난주 연준의 대규모 금리 인하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정책 완화 속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달러/엔 환율의 하락세에는 제동이 걸렸다. 시장에서는 또한 연준의 50bp 금리 인하 이후에도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엔화의 추가적인 강세를 끌어낼 만큼 축소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일본은행이 추가적인 긴축정책을 펼치기 전에 시장과 해외 경제 동향을 면밀히 살피는 데 시간을 할애할 여유가 있다”면서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0일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한 바 있다. 당시에도 우에다 총재는 엔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꺾여버린 모멘텀


일본 엔화는 이번 분기에만 달러 대비 12% 절상되며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그렇지만 추가적인 엔화 절상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적인 자본 흐름, 투자자들의 포지셔닝 등을 감안할 때 엔화의 랠리가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종료됐지만, 일본 경제의 미지근한 성장과 인구 고령화 전망 등으로 현지 투자자들이 국내보다 해외 투자에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어 엔화 강세에 부담 요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매수세는 주춤했지만, 직접 투자가 증가하며 일본의 전체 자금 순유출 규모는 9조4200억 엔(660억 달러·약 87조4500억 원)에 달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SSBT) 도쿄 지점의 외환 영업 책임자인 가즈시게 가이다는 “근본적인 추세는 엔화 매도”라면서 ”많은 일본 투자자가 국내가 아닌 일본 밖에서 초과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채권 수익률 곡선은 일본은행의 통화 긴축 정책 시작 이후에도 여전히 물가상승률을 밑돌고 있다.

도쿄 소재 신킨자산운용의 가토 준 시장 애널리스트는 ”엔화는 마이너스 수익률 때문에 여전히 매도에 취약하다“면서 ”미국 경제가 급격한 둔화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일본의 실질금리 격차가 극적으로 좁혀지는 현상도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엔화 랠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작아지자 투기적인 엔화 매수 포지션 구축에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도카이 도쿄 인텔리전스 연구소의 시바타 히데키 선임 환율 및 외환 전략가는 ”투기적 세력들이 여기서 더 많은 엔화 매수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시장은 이미 연준의 상당 수준 금리 인하를 반영했고, 미국과 일본의 실질금리 차이로 인한 엔화 매수 압력은 이미 정점을 찍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