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천문학적 IRA 투자의 역설…경합주에서 민주당 아직도 고전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0

천문학적 IRA 투자의 역설…경합주에서 민주당 아직도 고전

“경제 성과와 유권자 체감의 괴리, 해리스의 새로운 ‘기회 경제’ 전략, 과연 ‘神의 한 수’가 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까지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친기업 노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까지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친기업 노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경합 주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지지율 격차가 여전히 오차범위 내에 머물러 있어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4년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경제 정책을 통해 경합 주에 상당한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이 뚜렷한 선거 판세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각종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오차 범위 안팎에 승리하고 있으나, 아직 일부 경합 주에서 경제 성과와 유권자 체감 사이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조사에서 뒤지고 있어 선거 전략의 근본적 재점검에 직면해 있다.

◇ IRA 투자의 규모와 분포


아틀라스 공공정책(Atlas Public Policy)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IRA를 통한 청정에너지 제조 투자의 43.2%에 해당하는 637억 달러가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등 7개 주요 경합 주로 투입되었다. 이는 전체 투자액 1,474억 달러 중 대략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이다.

특히, 조지아(199억 달러), 노스캐롤라이나(164억 달러), 미시간(133억 달러)에 대한 투자는 총 496억 달러로 총 투자액의 약 29.1%에 해당한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해당 지역에 상당한 수의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 상승은 기대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경제 투자와 정치적 지지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주는 ‘투자의 역설’로 해석될 수 있다.

◇ 선거 판세의 변화, 경제 성과와 유권자 체감의 괴리


민주당 후보 교체 이전인 7월 중순까지도 바이든은 이들 경합 주에서 모두 트럼프에 뒤지거나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3개 주에서만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정도로 별다른 이익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해리스로 후보가 교체된 7월 하순부터 7개 경합 주에서 트럼프에 뒤지던 지지율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현재 538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해리스가 트럼프를 역전한 가운데, 애리조나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3곳에서는 트럼프에 뒤지고, 나머지 4곳에서 해리스가 앞서는 것으로 종합되고 있다.

이는 상당한 진전이고 놀라운 반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문제는 이들 7개 경합 주 모두가 여전히 오차 범위 안이라는 점이다. 이는 선거 당일 적극적 지지층이 더 많이 투표에 나가거나, 비판적 혹은 소극적 지지층이 어떻게 투표하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가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백악관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가 공공 인프라를 포함해 총 5조 달러를 투자하고, 미 전역에 민간 부문에서 총 6880억 달러(배터리 1650억, 청정에너지 제조 770억, 바이오 제조 270억, 중공업 330억, 청정전력 1410억)를 21세기형 산업에 신규로 투자한 가운데, IRA 외 반도체 투자, 각종 제조업 인프라 유치 등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한 조지아(290억 800만 달러), 애리조나(830억 2700만 달러), 노스캐롤라이나(325억 2300만 달러)에서 오히려 트럼프에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투자와 정치적 지지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주는 ‘투자의 역설’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 IRA의 한계와 소통 전략의 실패


특히, IRA를 통한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거시 경제적 성과가 유권자들의 삶의 질 개선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향후 선거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미국 전체 인구의 11.5%에 해당하는 3,790만 명이 여전히 빈곤 상태에 있으며,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계 빈곤율이 높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전환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은 하락했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유권자들의 뜨거운 관심사이다.

전체 유권자의 25%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물가와 무관하게 소비자들 삶을 압박하고 있다. 많은 저소득층 유권자들은 식료품과 유류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쓸 돈이 없다고 호소한다.

이처럼 IRA는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정책 효과의 시차이다.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와 청정에너지 전환은 단기간에 눈에 띄는 결과를 내기 어려워, 많은 유권자가 아직 직접적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혜택의 불균형 분배이다. 전기차 세금 공제와 같은 정책은 주로 중산층 이상 가구에 혜택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할 수 있다.

더욱이 IRA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낮다는 점도 민주당에 큰 과제이다.

예일 대학의 공공 기후 의견 전문가인 앤서니 라이세로위츠(Anthony Leiserowitz)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 10명 중 4명만이 IRA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며, IRA가 경제, 가족 또는 개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표명하는 유권자도 소수이다.

이러한 상황은 경합 주 유권자들의 반응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로체스터 타운십에 사는 60세 나딘 루시(Nadine Luci)는 보통 민주당에 투표하는데, 오염과 기후에 대해 걱정하지만 “인플레이션법”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이 천문학적 광고와 홍보비 투입에도 자신들의 주요 정책에 대해 유권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 해리스의 새로운 전략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리스와 민주당 진영은 남은 선거 기간 동안 경제적 혜택이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발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리스는 경합 주 여론조사에서 경제 분야 평가가 트럼프에 비해 낮은 점과 TV토론 이후 선거 국면 정체기 타개 필요성을 감안해, 바이든 정부의 IRA 정책 연장선에서 ‘기회 경제’(opportunity economy) 슬로건 하에 새 경제 비전을 제시하고 중산층을 위한 대책도 밝혔다. 이는 바이오, 조선, 반도체, 데이터센터, 청정에너지 생산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 검토 등 제조업 강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포함하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경합 주 승리를 위해 해리스에게 기후 변화에 민감한 세 그룹, 즉 젊은이, 유색인종, 교외 여성에 초점을 맞출 것을 조언하고 있다. 이들은 박빙 선거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핵심 유권자층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은 우선, 젊은 유권자 대상으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후 변화 대응과 청정에너지 일자리 창출에 대한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또한, 유색인종 커뮤니티 대상으로 기후 정의(climate justice)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고, 환경 오염으로 인한 불균형적인 피해를 해소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교외 여성 유권자 대상으로 변화가 가정 경제와 자녀들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향후 전망


2024년 미국 대선은 경제 정책 효과와 유권자들의 실제 체감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현재 선거 판세는 유동적이며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적 유산을 이어받은 해리스가 IRA와 같은 주요 정책의 성과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전달하고, 특히 경합 주와 전통적 지지층의 신뢰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거시적 성과를 개별 유권자들의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향후 선거 전략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트럼프 진영의 “녹색 사기” 주장에 대응하며 IRA의 실질적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남은 기간 해리스 진영이 이러한 과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가 경합 주, 더 나아가 대선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