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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동차 업계, 전기차 수요 감소로 '벌금 폭탄'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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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동차 업계, 전기차 수요 감소로 '벌금 폭탄' 위기 직면

내년부터 강화되는 EU 탄소 배출 규제
전기차 판매 부진에 '수백만 달러' 벌금 우려

볼로 로고. 사진=로이터
볼로 로고. 사진=로이터
유럽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수요 감소로 막대한 벌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고 미국 경제방송 CNBC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가 내년부터 더욱 엄격한 탄소 배출 규제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전기차 판매 부진이 지속될 경우 자동차 업체들은 규제 목표 달성에 실패하여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될 수 있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자동차 배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규제는 신차 판매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킬로미터당 93.6g(g/km)으로 제한한다. 이는 2021년 기준 110.1g/km보다 15% 낮아진 수치다.

"벌금 규모, 수백만 달러에 달할 수도"... 유럽 자동차 업계 '초비상'


네덜란드 은행 ING의 리코 루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벌금 규모에 대해 우려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벌금 규모가 엄청나다"며 "생산량에 따라 수백만 달러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르노의 루카 드 메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현재 전기차 판매량을 유지할 경우 유럽 자동차 산업은 150억 유로(약 22조 원)의 벌금을 내거나 250만 대 이상의 차량 생산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도 "업계가 무공해 전환을 위한 중요한 조건을 놓치고 있다"며 "2025년 CO2 배출 감소 목표 달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BMW, 페라리, 르노, 폭스바겐, 볼보 등을 회원사로 둔 ACEA는 EU의 현재 규칙이 최근 지정학적, 경제적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전기차 수요 감소 원인은?


전기차 수요 감소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낮은 가격 경쟁력, 충전 인프라 부족,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유럽 관세 부과 가능성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ING의 루만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고 있다"며 "전기차 전환은 장기적으로는 필수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자비에르 드뮐레나에르는 "경기 침체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며 "이는 유럽 자동차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부족 시 '풀링' 제도 활용"... 규제 목표 달성 위한 '자구책' 마련 나서


유럽 자동차 업계는 규제 목표 달성을 위해 '풀링' 제도 활용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풀링은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가 탄소 배출량을 합산하여 평균 배출량을 계산하는 제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풀링 제도만으로는 규제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기차 전환 '과도기'...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 필요


일각에서는 유럽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이 위기를 맞았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한다. 캠페인 단체인 트랜스포트 앤 인바이로먼트(Transport & Environment)는 "현재 상황은 제조업체가 새로운 규정과 변화하는 시장 역학에 적응하는 전환기 단계"라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규정의 유연성을 활용하고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벌금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자동차 업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 전환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기적인 수익성에만 집중할 경우 미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자동차 업계, '타산지석' 삼아야... 전기차 경쟁력 강화 '시급'


유럽 자동차 업계의 위기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등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배터리 기술 개발,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등 미래차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