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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석유설비 공습 동의한 듯..."석유시장 패닉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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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석유설비 공습 동의한 듯..."석유시장 패닉 없다"

걸프만에 있는 석유 생산 플랫폼의 가스 플레어가 이란 국기와 함께 보인다. 사진=로이터
걸프만에 있는 석유 생산 플랫폼의 가스 플레어가 이란 국기와 함께 보인다. 사진=로이터
국제 유가가 3일(현지시각) 다시 폭등했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 미국 유가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모두 초반부터 4% 넘게 폭등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한 1일 2.4% 안팎 급등했던 유가는 2일에도 오르기는 했지만 상승률이 0.4% 안팎에 그쳤다.

그러다 3일 5% 넘는 폭등세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을 다짐한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설비 공습에 사실상 찬성한 것으로 보인 것이 유가 폭등을 불렀다.

일부에서 이란 석유 설비 공습이 실행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 여 앞 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설비 공격을 허용한 이유는 생각보다 그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란 석유 설비 공격 사실상 승인


이날 국제 유가를 끌어올린 촉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설비를 공격할 때 미국이 이를 지원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오늘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설비 공격에 조금은 힘을 보탤 것임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이란 석유 설비를 공습할 능력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매우 힘든 과정이 될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서방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특히 미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뛰게 되고 오는 11월 5일 대선에서 집권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당히 불리해진다.

초박빙의 대선 승부 속에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휘발유 가격 상승은 여당에 극히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은 이런 우려 속에서도 사실상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설비 공격에 찬성했다.

패닉은 없다


바이든이 이런 위험 속에서도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 준 것은 유가가 폭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발언 뒤 유가가 배럴당 5% 가까이 폭등하기는 했지만 시장이 패닉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유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WTI는 여전히 배럴당 73달러에도 못 미친다. 지난 4월초 기록한 올해 최고치 배럴당 87달러에 비해 여전히 15% 정도 낮다.

유가가 더 올라도 고점 돌파까지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시장 상황도 패닉으로 가고 있지는 않다.

에너지 중개인들은 상황을 관망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 긴장을 일단 지켜보고 있다.

배런스에 따르면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시장전략가 스티브 소스닉은 보고서에서 현재 유가 흐름을 “오르기는 했지만 패닉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설비를 공격하면 유가는 지금보다 더 급격하게 뛸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설비를 공격한다고 해도 미국의 간섭으로 인해 범위는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이스라엘이 대대적으로 이란 석유 설비를 공습할 경우라도 석유 시장이 패닉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버트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말렉은 설령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설비를 공격한다고 해도 중동 지역의 다른 산유국들이 빠르게 생산을 늘려 부족분을 채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말렉은 보고서에서 “생산여력이 충분히 있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이 산유량을 대거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두 산유국만으로도 이란 석유설비 타격에 따른 석유 공급 부족분이 충분히 메워진다”면서 “아마도 사우디는 기쁜 마음으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풀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안정을 위해 자발적 감산에 나섰던 사우디로서는 증산 명분도 쌓으면서 고유가 혜택도 보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불안 요인은 잔존


그렇지만 여전히 석유 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변수들은 남아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이 중동 지역 다른 곳으로 확산돼 이 지역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유가는 고공행진을 시작할 수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같은 것이 그 대표적 예다.

유가가 급격히 뛰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런 최악의 경우만 아니라면 석유 시장이 배럴당 100달러, 200달러 유가 시대로 접어들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각 세계 1, 2위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금리 인하, 중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석유 수요가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 유가 상승 압력을 높일 요인이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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