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연설이 이상해졌다”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후보의 최근 연설에 이상 조짐이 생겼다면서 나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고령에 따른 건강 이상설이 재선을 위해 출마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직을 중도에 내놓게 된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였으나 이 문제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새로 맞붙게 된 트럼프에게도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의 나이는 해리스보다 18살 많은 78세다.
◇ NYT가 분석한 트럼프의 연설 방식 변화
6일(이하 현지시각) 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고령 문제에 시달린 바이든 후보가 중도하차 하면서 11월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최고령자가 됐다.
바이든이 결국 뛰어들지 못하면서 미국 헌정 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주요 정당 대선 후보란 기록도 아울러 세웠다.
NYT는 “만약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이겨 백악관에 다시 입성할 경우 퇴임 시점의 나이는 82세가 된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의 연설이 최근 들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면서 그 근거로 트럼프가 최근 유세장에서 한 발언, 언론 인터뷰에서 내뱉은 말,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부정적 내용의 발언을 거칠게 내뱉고 있고 △말이 길어지고 있으며 △중구난방식 발언이 늘었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지난 일에 집착해 얘기하는 경우가 많아진 점 등을 꼽았다.
NYT는 예컨대 트럼프의 연설이 장황해졌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평균 연설 시간이 처음으로 백악관 입성에 성공한 2016년 대선 당시 45분 수준에서 현재 82분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또 트럼프는 “늘” “결코” 같은 단정적인 표현이나 극단적인 표현도 지난 대선에 출마했을 때보다 매우 많이 쓰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다 2016년 대선과 비교할 때 부정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가 긍정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보다 32% 많았고, 욕설에 가까운 말을 내뱉은 경우도 89%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는 노령화가 많이 진행됐다는 뜻이자 인지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증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라고 NYT는 전했다.
NYT는 “트럼프 후보는 특히 IT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미국인의 절대 다수인 96%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스마트폰 앱이 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트럼프가 주장한 것이 비근한 예”라고 강조했다.
◇ 인지력 등 정신 건강 적신호(?)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공보담당자로 일한 바 있으나 현재 해리스 민주당 후보 지지자로 변신한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NY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트럼프는 의사소통에 능한 정치인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선거에 임하는 트럼프를 보면 의사소통 능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의 달라진 연설 방식을 근거로 트럼프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전했다.
사회심리학 전문가인 제임스 펜베이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교수는 데일리비스트와 인터뷰에서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트럼프가 다양한 언론매체들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분석한 결과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4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선 후보라면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고 유권자들도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점을 감안하면 정상적이지 않은 변화”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치인에 비해 쉬운 말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트럼프의 발언 수준도 도마에 올랐다.
펜베이커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의 최근 연설이나 발언 내용을 분석한 결과 구사하는 어휘나 문장의 수준이 초등학생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대중연설 등에서 구사하는 언어를 언어구사력 테스트인 ‘플래시-킨케이드 가독성 테스트’를 통해 진단한 결과 통상 대선 후보들의 수준은 고등학생 수준인 60~70점 범위였으나 트럼프의 경우 10~24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