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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멕시코 “테슬라 없이도 독자적으로 전기차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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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멕시코 “테슬라 없이도 독자적으로 전기차 만들 것”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멕시코에서 추진해온 테슬라 기가팩토리 신축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월 열린 테슬라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다시 검토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멕시코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을 아예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는 언급까진 하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백악관 재입성 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해온 전기차 육성 정책을 백지화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온 것을 들어 테슬라의 멕시코 공장 신축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자국을 글로벌 전기차 허브로 띄울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잔뜩 기대해왔던 멕시코 정부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가 테슬라의 변심에 낙망하고만 있지는 않은 모양새다. 테슬라가 멕시코 공장 신축의 재추진 여부에 대한 결정을 11월 미국 대선 이후로 미룬 가운데 멕시코 정부가 테슬라의 결정을 무작정 기다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테슬라 없이도 독자적으로 전기차 만들 것”


당초 테슬라는 멕시코 북동부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에 테슬라의 세 번째 해외공장으로 기록될 ‘기가팩토리6’을 지을 계획이었고 실제로 이 지역을 관할하는 누에보레온주 당국과 협의를 진행해왔다.

테슬라는 현재 중국 상하이의 기가팩토리3(기가 상하이)과 독일 베를린 인근에 위치한 기가팩토리4(기가 베를린)를 두고 있는데 멕시코에도 기가팩토리6을 건설할 생각이었다.

사무엘 가르시아 누에보레온 주지사는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해 공장 건축과 관련된 모든 절차에 대한 검토가 끝났고 신축 계획에 대한 승인도 이뤄졌다”며 금명간 착공이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착공이 거듭 미뤄진 끝에 머스크 CEO가 지난 7월 사실상 무기한 연기 계획을 밝히기에 이르렀고 멕시코 정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하지만 반전이 생겼다. 12일(이하 현지시간) ABC뉴스에 따르면 머스크가 대선 이후로 결정을 늦추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약 세 달이 흐른 이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테슬라 없이도 전기차 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집권 좌파정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후보로 지난 6월 열린 대선에 출마해 멕시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자 멕시코를 세계 13번째 여성 대통령 국가로 기록하게 한 화제의 정치인이다.

ABC뉴스에 따르면 지난 2일 새 멕시코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셰인바움은 “어차피 테슬라 전기차는 멕시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가격이 높았다고 본다”면서 “멕시코 관련업계와 연구기관들의 힘을 모아 가격 부담이 없는 대중적인 전기차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겠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지을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고 멕시코 독자적으로 전기차 생산에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셰안바움 대통령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몸집이 작은 전기차의 개발과 생산을 지원하는데 정부가 힘을 쏟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이미 중국과 인도에서 만든 전기 바이크나 전기 오토바이가 멕시코에서 넘쳐날 정도로 널리 유통되고 있으나 2인승인데도 3명이 흔히 타는 위험한 상황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를 대체할 소형 전기차의 필요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아


또 셰안바움은 “단순히 멕시코 독자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기차 생산과 관련한 공급망 생태계를 이 나라에 구축하는 것도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ABC뉴스에 따르면 셰안바움 대통령의 이같은 선언에도 멕시코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크게 지적하는 문제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리튬이 멕시코에서는 현재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의 국내 전기요금도 독자적인 전기차 생산 추진에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멕시코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메가와트시((MWh)당 60달러(약 8만원) 안팎으로 미국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매우 비싼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탁기나 냉장고 같은 저소비 가전제품에 쓰이는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할인이 적용되고 있지만 산업용 전기에 대해서는 그런 혜택이 없어 멕시코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전기요금 부담만도 엄청나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