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美 사드 배치에 마음 바꿨다...이란 군사시설 한정 공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을 상대로 한 보복 공격 수위를 한 단계 낮췄다. 석유나 핵 시설이 아닌, 군사 시설로 한정해 공격할 계획을 밝힌 것이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을 향한 보복 공격 대상을 군사 시설로 한정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은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처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약 200발을 발사한 것에 대한 대응 보복 수위를 논의해왔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는 이란의 석유나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졌고, 중동 확전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우려된 바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공개적으로 이를 반대하면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결단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WP의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관계자는 "네타냐후 총리가 통화에서 이전보다 더 온건한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한 발짝 물러난 이유는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보내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약 100명의 미군과 함께 이스라엘에 사드 포대를 배치한다고 밝히며 "수일 내로 사드가 도착할 것이며, 이스라엘 방어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약속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규모가 다음 달 5일로 다가온 미국 대선 판도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대선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이번 보복 조치를 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너무 오래 끌거나 혹은 보복을 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나약함을 드러냈다는 인식도 있을 수 있는 만큼 보복 공격을 하되, 그 수위를 제한했다는 분석이다.

친이란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 등이 동맹국 측에 사전 교감 없이 이뤄진 것에 대해 미국 측 관료들이 분노하자 네타냐후 총리가 미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 당국자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이 미 정부와의 협의 대상이며 승인 대상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 시기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사람은 네타냐후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대선 전에 보복 공격이 진행되는 한편 이스라엘이 향후 수 주 안에 레바논에서의 작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는 내용도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 전 정보국장 조하르 팔티는 WP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공격의 수위를 조절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와 강한 대응을 원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부 내의 의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라며 "이란은 예전에 가졌던 모든 자제력을 잃은 상태지만, 이스라엘은 미국의 무기 지원 없이 싸울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익명의 정치 전문가는 WP를 통해 네타냐후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이란과의 연계가 강해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는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 세력과 핵 협상을 재개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라며 ”만약 민주당이자 진보주의자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과의 핵 협상을 재개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