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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은 감속, ECB는 가속 '금리 인하 속도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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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은 감속, ECB는 가속 '금리 인하 속도差'

미국은 인플레이션 재상승, 유럽은 급속한 디플레이션 우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섰으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섰으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경제가 최근 상반된 길을 가고 있다. 미국 경제는 성장을 계속하면서 순항하고 있으나 유럽 국가들은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인플레이션 재발 사태를 걱정하는 반면에 유럽 국가들은 디플레이션 심화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 시각) “미국과 유럽 경제가 공동 보조를 취해오다가 물가 문제를 놓고 상반된 고민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모두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긴축 정책을 취했고, 그 결과 양측에서 모두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내려감에 따라 새로운 딜레마가 생겼다”면서 “유럽 국가들은 경제 성장 둔화로 물가가 너무 내려가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어 “미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경제 붐으로 인해 물가가 기대 이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지난 1년 사이 물가가 내림세를 보였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4% 올랐고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다. 이는 둘 다 예상을 웃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년 대비 2.3%, 전월 대비 0.1% 상승을 내다봤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 전년 대비 3.3% 상승에 달했다. 두 수치 모두 예측보다 0.1%포인트 각각 더 높았다.

유로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잠정치 1.8%에서 더 낮아졌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통화당국 목표치 2.0%를 밑돌기는 2021년 4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새로 들어오는 정보는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인플레이션 전망은 최근 경제활동 지표의 하방 서프라이즈 영향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미국의 물가 지표에 실망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ECB는 이와 반대로 갑자기 인플레이션이 사라진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연준과 ECB 간 통화정책 공조 체제도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가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은 미국 노동시장이 아직 둔화하지 않고, 소비도 증가세를 보이면서 경제 성장을 계속하고 있어 연내 빅컷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했다.

ECB는 연준에 비해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고 있다. ECB는 17일 지난달에 이어 2회 연속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ECB는 기준금리를 연 3.65%에서 3.40%로, 예금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각각 0.25%포인트 내렸다. 한계 대출금리도 연 3.90%에서 3.65%로 인하했다.

ECB는 지난 6월 세 가지 정책금리를 모두 0.25%포인트 내리며 1년 11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전환한 뒤 7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이후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잡히고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경제는 현재 강한 성장세로 유로존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지난 분기 미국 경제는 3% 성장했지만, 유로존 성장률은 0.2%에 그쳤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 모델이 17일 3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 3.4%로 제시했다. 이는 연준의 미국 잠재성장률 추정치(1.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