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찬성하는 미국 수정헌법 지지 청원에 서명하는 등록 유권자에게 대통령선거일 때까지 매일 100만 달러(약 13억7000만 원)의 상금을 쏘겠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선거운동에 팔을 걷어붙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1월 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두고 자신이 선거 유세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선 펜실베이니아주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100만 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전례 없는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트럼프 지지 유권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2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는 미국 연방법에 저촉되는 편법적인 선거운동일뿐 아니라 사실상 매표 행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선거 막판에 논란이 일고 있다.
◇ 머스크, 수정헌법 지지 청원 서명자에 100만 달러 쾌척
이 온라인 청원에는 선거당국에 등록된 유권자만 참여할 수 있어 다분히 트럼프를 뽑을 가능성이 큰 보수성향 유권자를 겨냥했다는 지적이다.
머스크는 이 청원에 서명하는 등록 유권자들 가운데 한 명에게 매일 추첨을 통해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20일까지 두 명의 등록 유권자에게 100만 달러를 찾을 수 있는 수표를 각각 선사했다.
NYT에 따르면 선거에 관한 미 연방법을 근거로 해석하면 청원 운동과 관련해 상금을 주는 행위 자체가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 ‘유권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할 목적으로’ 또는 ‘투표를 하도록 유도할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하거나 수수하는 행위만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머스크가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는 미국 수정헌법을 지지하는 내용의 청원에 서명하는 등록 유권자에게만 상금을 주는 행사이므로 연방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
◇ 등록 유권자 표심 영향 미칠 수 있어 선거법 저촉 논란
그러나 이번 선거의 최대 경합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조시 샤피로 주지사가 이견을 제시하면서 머스크의 이같은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샤피로 주지사는 이날 NBC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는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들의 주머니로 머스크의 돈이 직접 흘러 들어간다는 것”이라면서 “매우 우려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머스크가 관련 선거법을 직접적으로 위반한 것은 아닐 수 있어도 유권자들의 표심에 결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하고 있으니 사실상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NYT도 법률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머스크가 법률적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 전문 변호사인 브렌던 피셔는 NYT와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당초에 약속한 것은 자신이 주도해 만든 아메리카 팩을 통해 수정헌법 지지 청원에 서명하거나 서명하도록 권유하는 펜실베이니아주 거주자들에게 소정의 상금을 주겠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펜실베이니아주 등록 유권자들 가운데 한 명을 추첨해 100만 달러를 주는 방식으로 이벤트 내용이 바뀌면서 법률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 새롭게 전개됐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청원에 서명하는 사람 모두에게 상금을 주는 식이었다면 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데 다시 상금을 주는 대상을 등록 유권자로 국한한 것은 등록을 유도하고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단순히 유권자 자격만으로는 선거에 참여할 수 없고 반드시 관계당국에 유권자로 등록을 하는 절차를 마쳐야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이같은 상금 이벤트가 트럼프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이같은 행위가 실제로 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번 선거가 역대급 초박빙 승부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선거 이후에도 법률적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