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견고함을 바탕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이 달러 강세를 주도했다.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주목한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관세 인상 정책에 초점을 맞춘 점도 달러 매수세 증가로 이어졌다.
연준의 금리 인하 폭과 속도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약화되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연일 상승한 점도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다. 기준물인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4.222%까지 상승하며 7월 26일 이후 거의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수익률은 최근 17거래일 중 15거래일 동안 상승했다.
엔화와 유로화에 대한 달러 강세도 이어졌다. 달러는 엔화 대비 한때 7월 31일 이후 최고치인 151.10엔까지 상승했다. 달러·엔 환율은 장 후반 0.08% 상승한 150.95엔에 거래됐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12% 하락한 1.0802달러에 거래됐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유로화가 달러 대비 최대 10%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기면 대외적으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내에서는 세금 인하 정책을 펴면서 유로화에 하락 압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 매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글로벌 외환 및 금리 전략가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상승 전망을 더 많이 반영하기 시작했다”면서 “트럼프의 핵심 정책 의제가 해리스의 핵심 정책 의제와 비교해 더 많은 인플레이션 상승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은 국채 금리 상승과 금리 인하 지연으로 이어져 달러 강세를 강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달러화는 원화와 인도 루피화 등 아시아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 기조를 굳건히 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아시아 통화 전반의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인도 루피는 지난주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트레이더들의 말을 인용해 글로벌 달러 강세와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유출로 인도 루피화의 하락 압력이 이어지자 중앙은행의 개입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10월 한 달 동안 인도 증시에서는 약 100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원화도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과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및 지정학적 위험 증가로 하락 압력을 받았다.
원화는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3.40원 오른 1380.10원에 거래를 마쳤고, 뉴욕 역외 시장에서 추가 상승이 막히며 1378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