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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앙은행, '트럼프 리스크'에 금리 인하 속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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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앙은행, '트럼프 리스크'에 금리 인하 속도 고민

무역 전쟁 발발하면 물가 재상승...금리 인하 늦추거나 다시 인상 가능성도 고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다시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다시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정책에 ‘트럼프 리스크’를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대체로 인플레이션 상승세 둔화에 맞춰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외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의 조처를 하면 무역 전쟁이 발발하고,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하거나, 심하면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2일(현지 시각)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해 무역 전쟁을 시작하면 각국 중앙은행의 일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유럽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경기 둔화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몰고 올 파장을 가늠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그가 이를 실행하면 다른 나라들이 보복 조처로 맞설 게 확실하다.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수출 호조로 인해 역대 최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미국의 핵심 타깃이 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는 36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한국미국과의 무역에서 399억 달러로 가장 큰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올해 1∼9월 한국의 대미 수출은 951억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4.0% 증가했다.
유럽 국가들도 긴장하고 있다. 미국은 2023년 총무역액이 9520억 달러(약 1309조원)에 달하는 유럽연합(EU)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승리하면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도 크게 내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1일 ECB가 6월 이후 세 번째로 금리를 인하한 뒤에 “현재로서는 소프트랜딩(연착륙)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새로운 무역 전쟁은 소프트랜딩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CB는 연준에 비해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고 있다. ECB는 17일 지난달에 이어 2회 연속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ECB는 기준금리를 연 3.65%에서 3.40%로, 예금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각각 0.25%포인트 내렸다. 한계 대출금리도 연 3.90%에서 3.65%로 인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세계 중앙은행들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수년간 최고 수준으로 올리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대부분 끝이 났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중동의 위기 고조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새로운 무역 전쟁이 발발해 이것이 글로벌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IMF가 경고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주요국 중앙은행의 연착륙 시나리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새로운 무역 전쟁이 시작되면 미국에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유로존은 경제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트럼프가 예고한 보편 관세 공약의 일부만 시행되더라도 지난재임 시절보다 더 파괴적인 무역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100년 이내 가장 큰 폭의 관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국제 무역 질서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가격 상승, 주식시장 타격, 세계 각국과의 경제적 불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