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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노조, '35% 임금인상안' 거부...품질 위기에 경영 위기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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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노조, '35% 임금인상안' 거부...품질 위기에 경영 위기 겹쳐

6주간 파업으로 일일 1억 달러 손실, 3분기 적자 61억 달러 기록
에어버스 견제 속 생산 차질 장기화, 글로벌 항공산업 공급망 비상

보잉 파업 장기화 되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보잉 파업 장기화 되나? 사진=로이터

보잉의 노사협상이 결렬 위기에 직면했다.

24일(현지시각) 악시오스와 ABC 뉴스에 따르면, 국제기계항공우주노동자협회(IAM) 조합원의 64%가 사측이 제시한 4년간 35% 임금인상안을 거부했다. 알래스카항공 도어 패널 이탈 사고 등 품질 관리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는 보잉에 노사갈등이라는 또 다른 도전이 더해진 것이다.

이번 노조의 계약안 거부는 보잉 경영진의 예상을 벗어난 결과다. 사측은 당초 제시했던 25% 임금인상안을 대폭 수정해 35%로 상향 조정하고, 1인당 7000달러의 비준 보너스와 401(k) 기여금 확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40% 임금인상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폐지된 확정연금 제도의 복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노사 갈등의 핵심은 지난 15년간 누적된 처우 악화에 있다. IAM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보잉 생산직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2008년 이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때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팬데믹 기간 중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노동강도가 크게 높아진 반면, 보상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파업의 장기화는 보잉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회사는 2023년 3분기에만 61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투자은행 TD 코웬의 분석에 따르면 하루 1억800만 달러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켈리 오트버그 CEO는 전 세계 인력의 10%에 달하는 1만70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항공산업 전문가들은 보잉의 위기가 글로벌 항공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에어로다이나믹 어드바이저리의 리처드 아불라피아 전무는 "현재 보잉이 겪고 있는 생산차질이 항공기 공급망 전체에 연쇄적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경쟁사 에어버스의 시장점유율이 2023년 상반기 기준 65%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보잉의 시장 입지가 더욱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적 데이터를 보면 보잉의 노조 파업은 평균 60일가량 지속됐다. 현재 파업 40일차를 맞은 상황에서 노사 양측의 견해차가 여전히 큰 만큼,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는 "이번 파업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보잉의 2023년 영업 손실이 10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잉의 현 위기는 단순한 노사갈등을 넘어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의 제이크 로젠펠드 교수는 "품질관리 실패와 노사관계 악화는 보잉의 단기적 이익 추구가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과감한 혁신과 함께 노사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