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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세계 최대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유럽보다 미국’ 고평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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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세계 최대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유럽보다 미국’ 고평가하는 이유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의 자산을 관리하는 NBIM의 니콜라이 탕겐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의 자산을 관리하는 NBIM의 니콜라이 탕겐 CEO. 사진=로이터

미국과 유로존은 같은 서방 경제권을 이루면서 글로별 경제를 함께 주도하고 있음에도 여러 측면에서 비교되고 구별되기도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근로시간이다. 유로존은 개인의 삶과 직장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이른바 ‘워라밸’이 일반적인 문화인 반면에 미국은 워라밸 기준으로는 후진국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선진 경제국 가운데서는 일을 많이 하는 나라로 꼽힌다. 유로존의 노동조합 조직율이 미국보다 월등히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의 자산을 관리하는 노르웨이 중앙은행 산하 자산운용기구 NBIM의 수장이 이처럼 지배적인 시각에 반론을 제기하고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 자산 관리자 “유럽 기업들, 갈수록 미국에 밀려”

포춘에 따르면 니콜라이 탕겐 NBIM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럽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에 추격을 당하고 있어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유로존이 미국에 추격을 당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언급하면서 “미국인이 유럽인보다 근면성실하기 때문인데 갈수록 이로 인한 경제 성장의 차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르웨이가 석유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의 관리를 목적으로 지난 1990년 설립된 GPFG가 현재 보유한 1조6000억달러(약 2224조8000억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GPFG가 세계 도처에 투자를 벌이는 과정에서 투자 전략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탕겐 CEO는 “우리가 유럽 기업들보다 미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탕겐 “실수와 리스크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

탕겐 CEO의 말은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이 미국에 비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특히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려는 의지와 기업 혁신 측면에서 유럽이 크게 뒤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그는 “특히 유럽인과 미국인은 ‘실수와 리스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문화가 일반적인 반면에 유럽에서는 한번 파산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 미국 사회에서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떠안는 기업 문화가 강한데 비해 유럽에서는 실수와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강해 혁신을 추구하는데 주저하는 분위기 역시 강하는 얘기다.

탕겐은 양 대륙의 이같은 차이를 ‘야망’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했다.

미국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야망을 품는 것에 대한 반감이 적고 야망적인 사람의 비중이 큰 반면에 유럽 사회에서는 야망적인 사람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

그는 “워라밸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미국인이 유럽 사람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이 야망의 문제와도 관련이 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유로존과 미국의 근로시간 차이

포춘은 “근로시간과 관련한 객관적인 통계는 그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면서 “이를 개인적인 시각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포춘이 지목한 통계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2022년 발표한 근로시간 관련 연구 보고서와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1월 발표한 집계 자료.

이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존의 22~64세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35.7시간으로 나타났다. 그리스가 41시간으로 가장 긴 EU 회원국이었고 네덜란드의 경우 33.2시간으로 가장 짧았다.

이에 비해 ILO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미국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38시간으로 조사돼 일견 현격한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 미국 근로자의 13%가 주당 49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로는 EU 회원국들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